이사야34:1-4,마지막 심판

제34-35장/심판과 회복

 

 

이사야 24-27장이 자연스럽게 13-23장을 이어 메시야의 통치를 완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심판'에 관한 예언으로 이끌어주듯이, 이사야 34-35장 또한 28-33장을 적절하게 연결해준다. 앞서 28-33장에서 선지자는 현실의 역사를 다루며, 앗시리아의 위협 앞에서 이집트의 도움은 헛 것이며, 앗시리아 제국이 하나님의 전적인 간섭에 의하여 망할 것과, 예루살렘은 온갖 위기를 겪으면서도 결국에 가서는 구원 얻을 것임을 말하였다. 이제 34-35장에서는 이러한 관계-하나님이 택하신 백성과 그 대적과의 관계-를 역사의 마지막 시점으로 끌어가는 동시에 그 범위도 더욱 확대시켜서 인간 세계 뿐만 아니라 온 우주로 넓혀간다.

 

성경 예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선지자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 안에 나타나는 실재적(實在的) 개체(個體)들이 실재(實在) 그대로 적용되는 방향으로 언급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얼마든지 장래의 표상(表象)으로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무엘하 7장의 예언에서 '다윗의 몸에서 태어나서 성전을 건축할 아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솔로몬을 가리킴이 명백하다. 그러나 이 예언은 동시에,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를 겨누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사야7:14-16의 예언은 이사야가 활동하던 때에 (부분적으로) 성취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취됨을 보게 된다 (마태1:22-23).

 

이사야 34장의 '에돔'과 35장의 '시온'은 다분히 장래의 표상으로서 언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이사야 선지자는 에돔과 시온의 실재 역사와 이름을 빌어 먼 훗날에 있을 일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땅과 하늘의 붕괴 (34:1-4)

 

이사야1:2에서는 야웨 하나님을 거스리는 이스라엘 백성을 고발하고자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불렀다: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이제 선지자는 '나라들과 민족들과 땅과 그 안에 사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계'를 향하여 가까이 와서 들으라고 부른다 (1절). 야웨께서 그들 모두의 운명을 크게 바꾸어 놓을 일을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곧, 그동안 쌓였던 야웨의 분노가 터질 것인데, 어느 나라도 어느 군대도 피할 수 없는 분노요, 더 나아가서는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하늘'이 그 최후를 맞이하는 날이 될 것이다 (2-4절). 이 부분은 앞서 24:17-23에서 기술된 내용과 비슷한 말씀을 담고 있다. 궁극적인 구원으로 향하는 이 땅 위에는 마지막으로 무서운 재앙이 있을 것이다.

 

이사야34:3은 전쟁 또는 대재앙으로 인하여 시체가 여기저기 내동댕이쳐져서 악취를 풍기며, 시체에서 흐르는 피가 온 천지를 적시는 참혹한 장면을 묘사한다. 그러나 그 바로 다음(4절)의 묘사는 앞의 3절과는 달리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천상에서 일어날 일에 관한 것이다: "하늘의 모든 군대가 붕괴할 것이다. 하늘이 두루마리(책)처럼 말리고 그 모든 군대가 떨어질 것이다. 마치 포도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고 무화과 나무에서 시든 열매가 떨어지는 것처럼."

 

마지막 심판은 땅과 그 위의 인간 뿐만 아니라, 천상의 것들도 그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사야24:21-22 참조). "높은 곳의 군대"(쯔바 하마롬)라고도 하고 "하늘의 군대"(쯔바 하샤마임,)라고도 하는 이 표현은 여기서처럼 '하늘의 별들'을 뜻하기도 하고 (그 외에, 이사야40:26; 예레미야33:22), '하늘의 천사들'을 뜻하기도 한다 (왕상22:19; 시편148:2). '천체(天體)의 대변화 및 붕괴'에 대하여는 요엘2:31; 3:15; 계시록6:12-14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시편102:26; 이사야13:10 참조). 사도 베드로가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날 것이다.....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질 것이다"(벧후3:10, 12)라고 언급한 말씀도 이사야34:4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