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역대하(구속사)

역대하5장,언약궤를 중심으로

호리홀리 2015. 8. 26. 09:42

역대기는  주전 45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은 페르시아 제국의 이른바 총독 정치의 지배를 받았다. 아직 주권이 회복되지 않은 터라 많은 백성들이 무질서한 삶을 살았으며, 조상 대대로 물려 오던 야웨 신앙 역시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말라기에서 보듯이 성전 예배는 불성실하기 짝이 없었으며, 에스라서와 느헤미야서에서 보듯이 당시의 권력층은 부패와 타락의 극치를 이루었다. 또한 이방 여인들과 결혼하여 혈통의 순수성을 상실한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총체적인 위기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대기 역사의 저자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할 것들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강조한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1.역대상 1-9장에 길게 소개되어 있는 족보이다. 에스라는 구약에서 가장 긴 족보를 서두에 열거함으로써 혈통의 순수성과 민족의 정체성(identity) 회복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 두 번째 강조점은 주권의 회복과 이상적인 지도자 상(像)에 관한 것이다. 역대기는 회복될 나라의 모형을 남왕국 유다에서 찾으며, 이상적인 지도자 상을 다윗과 솔로몬, 특히 다윗에게서 찾고 있다.

3.그리고 세 번째 강조점은 성전 예배의 회복에 있다. 이것은 순수한 야웨 신앙의 회복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인 바, 역대기는 다윗이 성전 건축과 성전 예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음을 역대상 22-29장을 통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솔로몬의 경우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대하 1-9장) 가운데 삼분지 이에 해당하는 여섯 장(2-7장)을 성전 건축에 관한 것으로 채우고 있다.

2-4장이 솔로몬의 성전 건축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5-7장은 성전 봉헌식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5-7장의 내용을 좀 더 세분하자면, 언약궤를 성전으로 옮김(5:1-14), 회중을 향한 솔로몬의 호소(6:1-11), 솔로몬의 성전 봉헌 기도(6:12-42), 성전 봉헌 축제(7:1-11), 솔로몬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7:12-22)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 다섯 개의 단락 중 앞의 넷은 성전 봉헌식(5:1-7:11)으로 묶을 수 있는 바, 이는 열왕기상 8:1-66과 평행을 이루며, 하나님의 응답에 해당하는 7:12-22는 열왕기상 9:2-9와 평행을 이룬다. 아마도 역대기 저자는 열왕기상의 이 두 본문을 크게 참고하여 역대하 5-7장의 내용을 서술하였을 것이다.

 

언약궤를 성전으로 옮김(5:1-14)

 

솔로몬은 “야웨의 성전”, 곧 예루살렘 성전을 완공한 다음,  다윗이 거룩하게 구별하여 드린 은과 금과 모든 기구를 가져다가 성전 창고에 넣어둔다(1절).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성전 안에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를 두어야 성전이 하나님의 집으로서의 기능을 올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서, “야웨의 언약궤”를 다윗의 성인 시온에서 성전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 먼저 그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자들, 곧 이스라엘 장로들과 모든 지파의 우두머리 내지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족장들을 예루살렘으로 소집한다(2절).

성전 공사가 실제로 완전히 끝난 것은 여덟 번 째 달이었지만(왕상 6:38), 솔로몬은 7월 15일에 지키는 초막절 절기(레 23:33-43; 민 29:12-39; 신 16:13-17)에 맞추어 한 달 전에 사람들을 소집하였다. 그의 명을 따라 이스라엘 모든 사람들이 왕 앞에 모이고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도착하자, 레위 사람들이 언약궤를 메어 옮겼으며(3-4절; 고핫 자손, 민 4:15), 언약궤를 포함한 회막과 장막 안의 모든 거룩한 기구들을 레위인들과 제사장들이 메어 옮겼다(5절). 언약궤의 경우, 처음에는 레위인들이 그것을 옮겼겠지만(민 1:50-51), 나중에 성소에 도착한 후에는 제사장들이 그것을 안으로 옮겼을 것이다(7절). 오직 제사장들만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출 28:35; 29:30; 35:19; 39:1, 41).

마침내 언약궤와 성전에 비치할 모든 거룩한 기구들이 새롭게 건축한 성전에 도착하자, 솔로몬은 모든 이스라엘 회중과 함께 언약궤 앞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양과 소를 잡아서 제물로 바친다(6절). 언약궤를 위한 희생 제사가 끝나자, 제사장들은 “야웨의 언약궤”를 지성소 안에 있는 그룹들의 날개 아래에 가져다 둔다(7절). 이로써 그룹들이 언약궤가 놓인 자리 위에 날개를 펼쳐서 언약궤와 그것을 운반하는 채(its carrying poles, 출 25:13-15)의 위를 덮는 형태가 되었는데, 언약궤의 채는 궤보다 긴 까닭에 지성소의 정면에 있는 성소에서는 보였으나 성소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8-9절).

10절은 언약궤 안에 십계명 두 돌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하면서, 그 두 돌판이 출애굽 사건 이후 야웨께서 이스라엘과 더불어 언약을 맺으실 때 모세가 언약궤 안에 넣었던 것임을 상기시킨다. 출애굽기 25:21에 의하면, 십계명 두 돌판은 언약궤 안에 넣게 되어 있지만, 히브리서 9:4는 언약궤 안에 십계명 두 돌판과 아론의 지팡이 및 만나 항아리 등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아마도 민수기 17:10(아론의 지팡이); 출애굽기 16:33-34(만나 항아리)에 기초한 설명일 것이다.

언약궤 안에 있던 십계명 두 돌판에 대한 설명에 이어, 역대기 저자는 열왕기상 8장의 평행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 11-13절에서, 언약궤를 성전으로 옮기는 일에 참여한 자들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는 바, 이 보충 설명은 다윗이 예루살렘에 언약궤를 옮기면서 거행한 행사를 다루는 역대상 15-16장과 평행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 첫 구절인 11절은 제사장들이 다윗이 정한 순번(대상 24:1-19)을 따르지 않고 모두 정결 예식을 마친 후에 성소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모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12절은 노래하는 레위 사람들인 아삽과 헤만과 여두둔과 그의 아들들과 형제들이 세마포 옷을 입고서 제단 동쪽에 서서 제금과 비파와 수금을 잡고 서 있는 모습과 나팔 부는 제사장 120명이 함께 서 있는 모습에 대해 언급한다. 이어서 13절은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의 각종 악기 연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레위 사람들이 일제히 야웨를 찬송하며 감사하되, 그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이 영원함을 찬송하였다고 설명한다.

11-13절의 이러한 보충 설명은 솔로몬과 이스라엘 온 회중이 언약궤를 성전으로 옮기는 일에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는지를 한눈에 알게 한다. 언약궤를 성전으로 옮겨 지성소에 옮겨둔 일은 참으로 기쁨과 즐거움과 감사와 찬송이 넘치는 축제의 한 마당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들이 이처럼 즐겁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야웨를 찬송하자 야웨의 성전에는 그의 영광을 상징하는 구름이 자욱하였고, 제사장들은 이 때문에 능히 서서 일을 볼 수가 없었다(13c-14절; 출 33:9-10; 40:34-35). 이는 하나님께서 완공된 성전과 언약궤의 지성소 안치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셨음을 의미한다.

 

솔로몬이 성전을 아무리 아름답고 멋있게 지어도 그곳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솔로몬은 야웨 하나님의 임재와 현현을 상징하는 언약궤를 성전에 모셔두고자 레위 사람들과 제사장들을 동원하며, 온 이스라엘 회중과 함께 언약궤를 성전의 지성소로 옮긴다. 언약궤가 성전에 안치됨으로써 예루살렘 성전은 비로소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거룩한 집으로 인침을 받는다.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성소를 가득 채운 하나님의 영광(구름)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영광을 성소에 드러내심으로써 성전과 언약궤 모두를 인정하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이로써 성전이 율법,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곳임을 분명하게 밝히신다. 이것은 성전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토라(율법)의 집, 말씀의 집임을 의미한다. 솔로몬은 언약궤의 성전 안치가 갖는 이 중요한 의미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스라엘 온 회중과 함께 기쁨과 즐거움과 감사와 찬양의 분위기 속에서 언약궤 안치 행사를 성대하게 벌인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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