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체결식(7:1-11)
솔로몬이 기도를 마치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서 그가 온 회중과 함께 하나님께 드린 번제물과 제물들(5:6)을 사르고, 성전은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하게 된다(1-2절). 솔로몬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이러한 반응은 그가 성전을 공개적으로 기도의 장소로, 희생제사의 장소로 인정하셨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5:14의 경우에는 성소 안에 있는 제사장들만 하나님의 영광이 성소에 가득한 모습을 목격하지만, 이곳에서는 불이 제단 위에 임하는 모습을 온 회중이 목격한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내리신 불과 하나님의 영광을 목격하는 순간 돌을 깐 땅에 엎드려 경배함과 아울러 야웨께 감사하면서 그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함을 찬미한다(3절).
이상의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솔로몬은 모든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야웨 앞에 희생제사를 드린다(4절). 그가 야웨께 드린 화목제 희생(왕상 8:63)의 제물은 소가 2만 2천 마리요, 양이 12만 마리나 되는 엄청난 분량이었다. 이 제사는 곧 야웨의 전의 봉헌 예식(또는 낙성식)에 해당하는 것이었다(5절). 그 때에 제사장들은 직문에 따라 제각기 자기 자리에 섰고 레위 사람들도 다윗이 야웨께 감사드리려고 만들어서 야웨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을 찬송하게 하려고 하던 “야웨의 악기”를 가지고 섰다. 제사장들이 레위 사람들 맞은편에 서서 나팔을 부는 동안에 온 이스라엘은 제 자리에 서 있었다(6절). 그리고 솔로몬은 자신이 만든 놋제단이 작아서 모든 희생제물을 다 수용하지 못하자 야웨의 전 앞뜰 가운데를 거룩히 구별하고서는, 임시방편으로 거기서 번제물과 소제물과 화목제의 기름을 드렸다(7절).
솔로몬은 이처럼 악기를 동원한 국가적인 대축제로 성전 봉헌식을 7일 동안 지킨 다음에, 바로 이어서 여덟째 날(=7월 15일)부터 또 7일 동안의 초막절 절기를 지켰다(왕상 8:65). 이 14일 동안의 행사에는 하맛 어귀에서 애굽 강까지의(역대기 저자가 희망하는 이상적인 영토) 온 이스라엘 회중이 참여하였다(8-9절). 솔로몬은 14일 간의 절기를 지킨 후에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그 때는 7월 23일이었다. 그들은 야웨께서 다윗과 솔로몬 및 자기들에게 베푸신 은혜에 대하여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마음으로 귀가하였다(10절). 이로써 솔로몬의 성전과 왕궁 건축이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솔로몬으로서는 성전과 궁궐에 대하여 심중에 계획하던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다 이룬 셈이었다(11절).
야웨께서는 솔로몬과 이스라엘 백성의 희생제물에 불로써 응답하심으로써, 성전이 기도하는 집이면서 동시에 희생제사를 드리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온 회중 앞에서 공포하신다. 솔로몬과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을 자신의 집으로 인정하신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함을 찬미하며, 성대한 봉헌 예식을 행한다. 그들이 행한 봉헌 예식은 초막절 직전에 행해진 것으로, 초막절과 연결되어 국가적인 대축제 행사로 모두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 준다. 하나님의 집인 성전을 다 지어 하나님께 봉헌하는 의식은 이러한 감사와 감격과 기쁨의 잔치를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의 응답(7:12-22)
솔로몬이 심중에 계획하던 성전과 왕궁 건축을 모두 마치자 하나님께서는 과거에 기브온에서 나타나심 같이 다시 밤중에 그에게 나타나셔서 응답의 말씀을 주신다. 정황상으로 본다면 그것은 솔로몬과 이스라엘 온 회중의 성전 봉헌식에 대한 응답으로 보이지만, 12절의 “이미 네 기도를 듣고”라는 말씀에 근거하여 본다면 그것은 솔로몬의 기도(6:12-42)에 대한 응답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13-18절은 약속(죄의 용서와 회복 및 다윗 언약의 성취)을 뜻하며, 19-22절은 위협(멸망과 성전 파괴)에 해당한다.
물론 야웨께서 기브온에서 나타나심 같이 다시 솔로몬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왕상 9:2)은 기브온 산당 제사(일천 번제)와 같은 제의 행위가 있었음을 뜻하는 바, 그것은 앞서 살핀 성전 봉헌식과 초막절 축제를 가리킨다. 하나님의 응답은 기브온 산당 제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꿈(dream-vision)의 형태로 주어졌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응답의 말씀 속에서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을 제사드리는 곳으로 선택하셨고(12b절), 성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자기 이름을 영영히 그곳에 두며 그의 눈과 마음이 항상 거기 있을 것이는 약속의 말씀(16절)을 주심으로써 성전을 합법화하신다.
응답의 전반부인 약속의 말씀(13-18절)은 13-14a(기근이나 전염병과 같은 자연 재해), 17절(율법에 대한 순종)의 조건과 14b-16(죄의 용서와 회복), 18절(다윗 언약의 성취)의 약속의 둘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응답의 후반부인 19-22절의 위협도 이와 마찬가지로 19절(율법에 대한 불순종과 우상 숭배)의 조건과 20-22절(멸망과 성전 파괴)의 심판으로 나누어진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응답의 전반부가 이스라엘 백성(13-14절)과 솔로몬(17-18) 모두를 응답 메시지의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면에, 응답의 후반부는 이스라엘 온 회중만을 메시지의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응답의 후반부인 19절은 응답의 전반부인 17절을 반대로 표현하되, 율법에 대한 순종에 우상 숭배의 요소를 추가한다.
위협의 말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20절의 심판 메시지는 땅, 성전, 백성의 세 가지 요소에 집중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자기가 준 땅에서 끊으실 것이요(다윗 왕조의 붕괴 및 포로 상황), 하나님 자신이 거룩하게 구별한 성전이라도 던져버릴 것이며(성전 파괴), 그 결과 이스라엘은 모든 민족 가운데 속담거리와 이야기거리가 될 것이다(대외적인 불명예). 그리고 21-22절은 성전 심판에 관해 특별하게 언급하면서, 그것이 출애굽의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신을 섬기는 우상 숭배의 결과로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한다. 성전이 아무리 “높다”(존귀하다) 할지라도 야웨께 불순종하는 자들의 죄악으로 인하여 그의 심판을 피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솔로몬은 한 나라의 왕으로서 나라와 민족의 행복한 미래를 책임져야 할 지도자인 바, 그는 이를 위해 야웨의 성전을 건축하였고 건축이 완료된 후에는 성전 봉헌식과 아울러 봉헌 기도를 하나님께 드렸다. 야웨께서는 성전을 건축하고 봉헌하면서 나라와 민족과 백성을 위해 간구하는 솔로몬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밤중의 꿈을 통해서 응답의 메시지를 주신다. 이는 하나님과 성전과 백성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반드시 하나님께 상달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도 응답이 항상 좋은 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긍정적인 응답은 성도들의 순종하는 삶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과 말씀에 불순종하는 자들의 기도는 응답을 받지 못하며 도리어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한다.
솔로몬은 성전 건축을 마친 다음에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 곧 십계명 두 돌판을 담고 있는 법궤를 성전의 지성소에 안치함으로써 성전을 명실상부한 하나님의 집으로 만든다. 이를 위해 그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과 온 회중을 언약궤의 지성소 안치 행사에 초청함으로써, 성전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새삼 확인한다. 또한 그는 성전이 하나님께 기도하는 집임을 입증이나 하려는 듯이 온 회중 앞에서 백성을 위한 중재의 기도를 드리며, 온 백성과 함께 성대한 성전 봉헌 축제-초막절로 이어지는-를 갖는다. 성전을 위한 솔로몬의 이러한 열심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그의 지도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솔로몬의 이러한 행동 속에서 성전과 하나님을 위한 열정, 그리고 나라와 민족과 백성을 위한 지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솔로몬의 성전 봉헌식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에서 성전이 언약궤를 통하여 임재하시면서 자기 백성을 만나주시는 하나님의 집이요, 말씀(율법=언약궤)이 있는 곳이요, 하나님을 향한 기도가 있는 곳이요, 하나님께 희생제사와 예배를 드리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성도들은 솔로몬처럼 하나님 중심, 토라(율법=말씀) 중심, 성전 중심의 삶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귀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께서는 토라(율법=말씀)에 순종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약속을 주시고, 또 그 약속을 이행하시며, 그들의 간절한 기도에 기쁨으로 응답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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