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선포(6:1-11)
1-2절은 솔로몬이 언약궤의 지성소 안치 행사를 마친 후에 야웨 하나님께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솔로몬은 야웨께서 캄캄한 데 계시겠다고 말씀하셨으나(1절) 주를 위하여 거하실 성전을 건축하였으니 주께서 영원히 거하실 처소라고 말한다(2절). 여기서 말하는 캄캄함(darkness)은 하나님이 자신을 신비로운 방식으로 자기 백성에게 드러내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구름으로 뒤덮인 하나님의 모습을 가리키기도 한다(출 24:15 이하; 시 18:11; 97:2). 이와는 달리 성전은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시는 곳임과 동시에 그가 거주하시는 곳이다. 1-2절의 이러한 대비는 하나님이 자신을 감추시는 듯한 방식으로 일하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밝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일하시는 분임을 뜻한다.
이어지는 3-11절에 의하면, 솔로몬은 이스라엘 온 회중을 위하여 축복한 후에(3절) 그들을 향하여 성전 건축 과정에 대해서 설명한다(4-11절). 이 설명에서 솔로몬은 야웨께서 나단 예언자를 통하여 주신 말씀(다윗 언약, 삼하 7장; 대상 17:4-14)을 상기시키면서, 출애굽 사건(5a절), 예루살렘과 다윗의 선택(5b-6절), 성전 건축은 전쟁의 사람인 다윗이 할 일이 아니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정착될 시기에 그의 아들이 할 것이라는 설명(7-9절), 다윗 언약의 성취(4, 10절), 시내산 언약(11절) 등에 대해서 언급한다. 솔로몬은 이 설명에서 다윗 언약과 그 성취를 가장 많이 강조하며, 마지막 11절에서는 언약궤의 성전 안치야말로 다윗 언약의 성취를 가장 확실하게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이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일하시는 분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시면서 일하시는 분이기도 하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고백은 항상 이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솔로몬의 선언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하나님은 약속(다윗 언약)을 주기만 하는 분이 아니라 반드시 그것을 지키시고 성취하시는 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약속을 분명하게 지키는 신실하신(faithful) 분인 것이다. 이것은 약속이나 언약의 성취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약속을 주시되 자신의 주권적인 은혜로 반드시 그것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한편으로, 그의 신실하심을 본받는 충성스러운 그의 백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언약기도(6:12-42)
솔로몬의 성전 봉헌 기도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도입부에 해당하는 12-13절과 왕정의 미래(14-17절), 성전의 미래(18-39절), 성전과 왕정을 위한 간구(40-42절) 등이 그렇다. 도입부인 12-13절에 의하면, 솔로몬은 회중 모두가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야웨의 제단(=번제단) 앞에 길이와 너비가 각각 다섯 규빗이고 높이가 세 규비인 놋대(a bronze platform)를 만든 후, 그 위에 서되 이스라엘 온 회중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활짝 편 채로 기도한다. 그가 드린 기도는 일종의 중재 기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솔로몬은 이 기도의 서두에서 천지에 주와 같은 신이 없다고 하면서, 그가 온 마음으로 자기 앞에서 행하는 종들에게 언약을 지키시고 은혜(‘헤세드’)를 베푸신다고 말함으로써 하나님을 송축한다(14절). 히브리어 성경은 베릳와 헤세드가 같이 나온다.
이어서 그는 15-17절에서 다윗 언약과 그것의 성취에 관해서 말한다. 특히 16b-17절은 하나님 찬양으로부터 다윗에게 주신 약속을 이루어달라는 간구로 내용이 바뀐다. 하나님의 율법을 잘 지킬 때 그러한 약속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18-21은 성전을 향한 기도를 들어주실 것을 간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찬양의 성격을 갖는 18절에서 솔로몬은 하나님이 참으로 땅에 거하시겠느냐고 하면서,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지 못하는데 하물며 솔로몬 자신이 건축한 성전은 어떠겠느냐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은 하나님께서 종의 기도(‘트필라’=intercessory prayer of the king as the representative of the people)와 간구(‘트힌나’=personal supplication for mercy)를 돌아보시고, 그 앞에서 부르짖는 소리와 비는 기도(‘트필라’)를 들어달라고 간구한다(19절). 아울러 그는 하나님께서 자기 이름을 두신 성전을 향하여 두 눈으로 감찰하시고 자기가 성전을 향하여 비는 기도(왕 개인의 기도)를 들어달라고 간구한다(20절). 이어서 솔로몬은 자신과 주의 백성 이스라엘이 성전을 향하여 기도할 때에(백성 전체의 간구) 주의 계신 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사하여 달라고 요청한다(21절).
이어서 그는 22절부터 간구의 일곱 가지 구체적인 경우를 나열한다. 첫째로 그는 이웃에게 범죄한 사람이 성전의 제단 앞에서 자신의 죄 없음을 맹세할 때, 하늘에서 들으시고 악한 자의 죄를 정하여 그 행위대로 그 머리에 갚으시고, 의로운 자를 그 의로운 대로 갚아달라고 기도한다(22-23절). 둘째로 그는 하나님께 범죄한 이스라엘이 외적의 침략을 받아 패배한 후에 주께로 돌아와서 주의 이름을 인정하고 성전에서 주께 빌며 간구하면, 하늘에서 들으시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사하시고 그 조상들에게 주신 땅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24-25절). 셋째로 그는 이스라엘이 주께 범죄함을 인하여 하늘이 닫히고 비가 내리지 않는 벌을 받을 때에, 성전을 향하여 빌며 주의 이름을 인정하고 그 죄에서 떠나면, 하늘에서 들으사 주의 종들과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사하시고 그 마땅히 행할 선한 길을 가르쳐주시고 주의 백성에게 기업으로 주신 땅에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한다(26-27절). 이상의 세 가지 기도에서 두 번째 기도가 역사적인 재앙과 관련된다면, 세 번째와 다음에 설명할 네 번째 전반부는 자연 재해와 관련된다.
넷째로 솔로몬은 이스라엘 땅에 기근이나 전염병이 있거나 곡식이 시들거나 깜부기가 나거나 메뚜기나 황충이 나거나 적국이 와서 성읍을 에워싸거나 무슨 재앙이나 무슨 질병이 있을 경우에, 한 사람이나 주의 온 백성 이스라엘이 다 각각 자기의 마음에 재앙을 깨닫고 성전을 향하여 손을 펴고 무슨 기도나 무슨 간구를 하면, 하늘에서 들으시고 사유하시며 각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께서 그 모든 행위대로 갚아달라고 하면서, 그렇게 되면 저희가 주께서 조상들에게 주신 땅에서 사는 동안에 항상 주를 경외할 것이라고 말한다(28-31절).
이상의 네 가지 기도와 여섯 번째 및 일곱 번째 기도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기도라고 한다면, 다섯 번째 기도는 유일하게 이방인들을 위한 기도로 되어 있는 바, 이 기도에서 솔로몬은 이방인들이 주의 광대한 이름과 능한 손과 펴신 팔의 소문을 듣고 와서 성전을 향하여 기도하면, 하늘에서 들으시고 무릇 그들이 주께 부르짖는 대로 이루사 땅의 만민으로 주의 이름을 알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처럼 경외하게 하시고, 또 자기가 지은 성전이 주의 이름으로 일컫는 줄을 알게 해달라고 말한다(32-33절). 이어지는 여섯 번째 기도에서 솔로몬은 주의 백성이 그 적국과 더불어 싸우고자 하여 주의 보내신 길로 나갈 때 주께서 선택하신 성과 솔로몬 자신이 주의 이름을 위하여 건축한 성전 쪽을 향하여 기도하면, 하늘에서 그들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시고 그 일을 돌아보아 달라고 말한다(34-35절). 그리고 마지막의 일곱 번째 기도에서는 이스라엘이 주께 범죄함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적국에 포로로 잡혀갔을 때, 스스로 깨닫고 그 땅에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죄를 자백하고 약속의 땅과 성전이 있는 곳을 향하여 기도하면, 그들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시고 그들의 일을 돌아보시며 범죄한 주의 백성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36-39절).
6장의 마지막인 40-42절은 하나님께서 이제까지의 모든 기도를 들어주시고 응답하여 주실 것을 간구하는 솔로몬의 간절한 소원을 담고 있다. 그는 야웨께 그의 능력의 궤와 함께 지성소로 들어가셔서 평안히 쉬실 것을 청하면서, 제사장들에게 구원의 옷을 입혀주시고 그의 성도들에게 은혜를 기뻐하게 해달라고 간구한다(41절). 아울러 그는 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자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시고 주의 종 다윗에게 베푸신 은총(헤세드)을 기억해 달라는 기도(42절; 시 132:1, 8-10)로 자신의 긴 언약 기도를 마무리한다.
성전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고 친히 거주하시는 곳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 기도하는 집이기도 하다. 솔로몬은 참으로 성전이 만민의 기도하는 집(사 56:7)임을 자신의 중재 기도를 통하여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하여 성전에서 멀리 떠나 있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계신 성전을 향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그것은 곧 성전 안에서 기도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더 나아가서 솔로몬은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이방인들까지도 성전을 향하여 기도하면 응답하여 주실 것을 간구함으로써, 하나님의 구원과 기도 응답이 국적이나 민족 또는 인종을 가리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것은 기도하는 자의 범위나 자격, 그리고 응답의 범위에 한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마음을 열고 하나님께 기도하면 응답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솔로몬의 기도에서 얻는 소중한 교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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