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마태복음

마태복음 1:1-17, 구속사의 전모

호리홀리 2015. 5. 4. 21:43

 마 1:1-17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다루는 세 가지 내용가운데 첫째이다 (1:1-17 역사적인 측면; 1:18-25 가정적인 측면; 2:1-23 사회적인 측면). 본문에서 첫 절은 예수 그리스도를 다윗의 아들이며 아브라함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후에 (1:1), 역순으로 먼저 아브라함의 계보를 진술하고 (1:2-6a), 이어 다윗의 계보를 진술한다 (1:6b-11). 그리고 바빌론 포로 이후에 예수 그리스도까지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서술하면서 (1:12-16) 요약적인 결론을 내린다 (1:17).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가 이스라엘이 왕국으로서 흥기하고 붕괴한 것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를 14대 씩 세 번의 구조로 나눈다 (1:17). 그것은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14대, 다윗부터 바벨론 포로 (여고냐)까지 14대, 바벨론 포로 (여고냐)부터 그리스도까지 14대이다. 마태복음은 이러한 세 가지 구조를 통하여 이스라엘 왕국의 흥망성쇠를 설명한다.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는 이스라엘 왕국의 성립기이고, 다윗부터 바벨론 포로 (여고냐)까지는 이스라엘 왕국의 존속기이며, 바벨론 포로 (여고냐)부터 그리스도까지는 이스라엘 왕국의 멸망기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이스라엘 왕국의 멸망기에 오셨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이제 이스라엘로서의 하나님의 왕국대신에 새로운 하나님의 왕국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옛 왕국은 지나갔고 새 왕국이 왔다는 것이다. 둘째로 다윗이라는 왕 대신에 새로운 왕이 통치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다윗은 사라졌고 예수께서 등장하셨다. 이스라엘의 멸망기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것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다스리는 하나님의 왕국이 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와 같은 역사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전달한다.

1) 계획의 하나님
  첫째로 본문에서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를 풀면 (마태의 계산으로) 40대 이상의 역사이지만, 줄이면 3대 (아브라함과 다윗과 예수) 밖에 안된다고 말하는 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 (아들)이며, 다윗은 아브라함의 자손 (아들)이다. 그러므로 요약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아브라함의 자손 (아들)이다. 아브라함에게서 예수가 나셨다. 아브라함이 예수를 낳았다. 아브라함부터 예수 그리스도까지는 2천년이라는 시간이 들어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이 갑자기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위한 역사 뒤에는 하나님의 오랜 계획이 숨어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하나님의 오랜 계획을 배경으로 한다. 하나님께서는 오랜 역사를 그냥 흘려보내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랜 계획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이루시기 위하여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중대한 약속을 하셨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는 한 아들을 낳아 민족을 이루게 하실 것을 약속하셨고 (창 13:15; 17:7f.; 갈 3:16), 다윗에게는 한 아들을 세워 나라를 이루게 하실 것을 약속하셨다 (삼하 7:12ff.). 하나님께서는 이런 언약을 맺으심으로써 자신의 계획을 오랜 역사동안 차근차근 이루셨다. 하나님은 아주 세밀하신 하나님이시다.

2) 역사의 하나님
  둘째로 본문은 하나님의 계획이 오랜 역사가운데 진행되는 동안 그것을 망가뜨리려는 위험이 수없이 많이 찾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파괴하려는 위험들이었다. 아브라함에게는 하갈의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엄청난 오해에 기인한 실수였다. 아브라함의 실수는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는 것이었다. 다윗에게는 밧세바의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다윗의 인간적인 충동에 기인한 실수였다. 다윗의 실수는 하나님의 도리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이스라엘에는 왕들이 부패하고 타락하는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영광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사 3:8). 한 마디로 말해서 이스라엘의 역사는 살에 가시와 같은 것이며 눈에 먼지와 같은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나님을 괴롭힌 역사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아픔을 당하셨다.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당하신 하나님의 고통은 심각한 것이었다. 성자 예수께서 몇 시간 동안 십자가에서 고통을 당하셨다면, 성부 하나님께서는 수 천년 동안 역사 속에서 고통을 당하신 것이다. 성부 하나님께서는 역사의 십자가를 지셨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위한 성부 하나님의 수난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는 이처럼 성부의 수난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오랜 시간 동안 역사와 함께 고난을 당하셨다.
  특히 본문은 네 번 여자들의 이름을 언급함으로써 하나님의 계획을 파괴하려는 위험들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보여준다. 네 명의 여자들은 다말 (1:3), 라합 (1:5), 룻 (1:5), 우리야의 아내 (1:6)이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던지게 되는 질문은 이스라엘 왕국의 성립기에 네 명의 여인의 이름이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그것은 언뜻 보면 이스라엘 왕국이 여인들이 없이는 결코 성립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밝히려는 것처럼 보인다. 네 명의 여인들은 이스라엘 왕국의 설립을 위하여 각각 매우 큰 공헌을 하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여자들이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 (교회)에서도 여자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여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위한 하나님의 오랜 계획을 파괴할 위험한 인물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여자들과 관련된 사건들은 매번 하나님의 계획이 깨어질 뻔한 고비가 되었다. 이 여자들은 모두 이방인들이었다. 다말은 아람 여인이었을 것이다 (창 38:5,12은 다말이 압둘람 근처의 지방인 거십과 딤나 지역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말한다). 라합은 가나안 여인 (여리고의 여인)이었다. 룻은 모압 여인이었다.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는 우리야가 헷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하 11:3) 헷 여인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여자들은 모두 죄인이었다. 다말은 창기의 역할로 시부와 불륜의 관계를 맺은 여인이며 (창 38장), 라합은 창기 출신의 여인이며 (수 2:1), 룻은 본래 이방신을 섬기던 여인이었고 (룻 1:16), 밧세바는 다윗과 간음 관계를 맺었다 (삼하 11장).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는 처음 단락부터 철저하게 죄악으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인간적인 안목으로 볼 때 하나님의 시도는 처음부터 파괴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안목으로 보면 달라진다. 하나님께서는 오랜 계획을 파괴시킬 위험한 여자들을 도리어 예수 그리스도를 탄생시키는 인물들로 사용하셨다. 하나님은 인간의 실패를 통하여 하나님의 구속을 이루셨다. 하나님은 죄인의 역사를 통하여 의인의 역사를 이루셨다. 인간은 실패하지만 하나님은 성공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매번 아브라함과 다윗과 이스라엘을 찾아오심으로써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셨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하나님의 찾아오심은 절정에 이르렀다. 성탄은 하나님이 실수하고 범죄하고 타락한 역사를 뚫고 그의 백성에게 오신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임마누엘이다.

3) 가속의 하나님
  셋째로 본문은 하나님께서 구속의 계획가운데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셨지만 오래 참으시는 중에도 급하셨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아브라함은 대략 2천년 떨어져 있고, 다윗은 대략 1천년 떨어져 있으며, 바빌론 포로는 대략 5백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위하여 아브라함 시대로부터 2천년을 기다리셨고, 다윗 시대로부터 1천년을 기다리셨고, 바빌론 포로 시대로부터 5백년을 기다리셨다. 하나님께서는 기다리는 시간을 점차 줄이셨다. 이것은 성탄을 위한 하나님의 가속화이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위하여 인내의 한계를 나타내신 것이다. 여기에 하나님의 급하심이 보인다.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는 중에도 급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이루시기 위하여 하나님은 견딜 수가 없었다.
  본문은 하나님의 가속화를 설명하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관련하여 아브라함과 다윗을 거론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아들이며 다윗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 (1:1).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위한 이스라엘 역사의 요약이다. 이스라엘 역사는 아브라함, 다윗, 예수 세 인물로 요약된다. 이 세 인물은 이스라엘 역사의 압축이다. 인간의 역사적인 안목으로 보면 긴 시간도 하나님의 구속사적인 안목으로 보면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벧후 3:8 참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계보와 관련하여 역사적으로 묘사하는 본문은 언뜻 보기에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막상 본문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마치 땅속에 숨어있던 감자 알들이 줄줄이 끌려나오듯 굉장한 것들이 자태를 나타낸다. 특히 본문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역사와 구속사의 관계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백성의 존속을 위한 하나님의 은혜의 표현이며, 하나님의 구속사는 인간의 구속을 위한 하나님의 은혜의 실현이다. 역사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실패하고 구속사에서 하나님은 언제나 승리한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조상들의 자연적인 출산의 결과가 아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1:2)라는 말에는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그 이후로 모든 출산과정이 계속되어 결국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1:2)라는 말속에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게 하고"라는 말이 숨어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인간의 자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적인 작업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하나님께서 이루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통하여 우리의 구속을 위한 하나님의 찾아오심의 절정을 보여주셨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구속의 원인이 하나님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절대적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