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창세기(언약적해석)

창세기28:10~11,도망자 야곱

호리홀리 2015. 4. 16. 12:20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10절).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그의 형 에서의 장자권과 축복을 가로채었기 때문에 에서는 분노하였고, 그를 죽이려고까지 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부모의 집에서 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야곱은 그 동안 꾸민 모든 계획이 이제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형님에게 사기를 쳐서, 장자권과 축복권을 얻었지만, 도망자신세가 된 그에게 그것들이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가?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는 형제 간의 다툼으로 “하루에 자식 둘을 잃을까” 두려워 하며(27:46), 이삭과 상의하여 야곱을 그의 오빠 집 라반에게 보내기로 작정한다(28:1).

야곱이 밧단 아람으로 가는 이야기는 벧엘 사건 전에 이미 소개된 바가 있다.

“이에 이삭이 야곱을 보내었더니 밧단아람으로 가서 라반에게 이르렀으니 라반은 아람 사람 브두엘의 아들이요 야곱과 에서의 어미 리브가의 오라비더라”(5절).

여기에서는 야곱과 라반의 가족관계가 장황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본문(28:10-22)에서는 야곱과 하나님 사이의 만남이 소개되고 있다. 

         도망자 야곱(10-11절)
        
        이제 야곱은 ‘브엘세바’에서 ‘하란’으로 떠난다(10절). 우리가 볼 때, 그의 출발지와 목적지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야곱은 그 멀고 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길을 가면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는 해변 광야의 길이나, 요단 동편 길이나, 혹은 가나안 산악 지역의 길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는 길에서 수많은 갈래 길들 가운데 한 길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에서의 추격을 확실히 따돌릴 수 있는 곳을 선택하여야 했다.

만약 에서가 그를 잡으러 온다고 하여도, 숨을 수 있는 외진 곳을 찾아가야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야곱은 어느 “한 곳에 이르게 되었다”(11절).

여기에서 ‘이르다’는 동사가 흥미롭다. 이 동사(paga‘)는 일반적으로 ‘도착하다’는 뜻 보다 ‘만나다, 부딪히다’(meet, encounter, strike upon)라는 뜻을 갖고 있다.

즉, 야곱은 어느 지점과 ‘부딪히게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으며, 어떤 필연성에 이끌려 이곳과 부딪히게 된 것이다.  
        야곱은 그 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게 된다.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곳의 한 돌을 취하여 베개하고 거기 누워 자더니”(11절). 여기에서 ‘유숙하다’와 ‘누워 자다’는 이제 밤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동안 야곱은 오직 형님에게서 장자권과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챌 생각 만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달리 생각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야곱은 이 딱딱한 돌 베개를 베고서야 비로소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