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전적인 실패에 대한 전망은 신명기의 상황적 구조를 형성하는 신 29-30장에도 명확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더 구체적이다. 우선 이스라엘이 언약에 충성하지 못할 경우에 경험하게 될 여호와의 분노와 질투의 불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29:20-21의 내용이 그러하다. 이것은 물론 ‘이 토라책’, 이 언약의 증거문서에 기록된 모든 저주의 현실화일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저주의 결과로 이스라엘이 당할 총체적인 멸망을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어떻게 말할 것과 특히 이방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어리석은 멸망에 대해서 손가락질 하며 할 말들을 29:22-28에서 직접 인용하고 있다. 신명기에서 직접인용법은 독자나 청중에서 강력한 문학적 효과를 낸다.
여기서 더 나가서 30장에서는 거의 이스라엘의 멸망을 기정사실화한다. 역사가 오랫동안 흐른 결과가 궁극적으로 멸망에 이를 것을 30:1은 전제하고 거기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를 말할 정도이다 : “이 모든 복과 저주가 네게 임하므로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께 쫒겨간 모든 나라 가운데서 이 일이 마음에 기억나거든”. 물론 이 말은 그런 비참한 상황가운데서도 소망을 가져야 하며 그 소망은 언제든지 회개와 말씀에 순종함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 목적임이 분명하다 (30:2-10). 그래서 이 하나님과의 언약의 말씀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심히 가까이 있다는 사실로 이스라엘을 격려하려는 것이다 (30:11-14).
1.. 신 4장과의 관련성
신명기의 상황적 구조는 신명기의 외곽인 1:1-4:43과 29:2-34:12에 배열되어 있고 이것이 중앙의 핵이며 신학적 구조인 4:44-29:1을 둘러싸고 있음을 밝혔다. 그래서 시간의 관점에서 전반부인 1:1-4:43은 과거에 대해서, 후반부인 29:2-34:12은 미래에 대해서 묘사함으로 중앙의 핵이 가지는 현재적 관점, 가나안에 곧 가서 이루어야 할 언약법적인 삶을 잘 보좌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1:1-3:29은 가까운 과거의 관점, 4:1-43은 먼 과거의 관점에서 묘사하고, 29:2-30:20은 먼 미래의 관점에서, 30:1-34:12은 가까운 미래의 관점에서 묘사한다는 것을 알렸다. 이제 어떻게 이런 신명기의 상황적인 구조 속에서 가장 먼저 밝혀야 할 것은 어떤 의미에서 4:1-43과 29:2-30:20은 상관하는가 하는 것이다.
첫째로 각각은 관련된 맥락에서 장르와 다루는 방식에서 특이하다. 즉 1-3장은 역사서술식으로 가면서 약간씩 교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나 4장은 앞과는 독립적이며 대단히 교훈적이며 한 편의 설교와 같은 모습을 지닌다. 또 29:2-30:20은 교훈적이며 지시적이나 31-34장은 미래에 대한 예언적인 선포와 같은 모습을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4:1-43은 29:2-30:20과 대단히 일치하는 모습, 즉 설교적 장르를 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명기 전체가 설교적이기는 하나 특별히 이 두 단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설교로 될 수 있을 정도이다. 직접 이 본문을 읽거나 듣거나 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게 될 정도로 문학적이고 웅변적이다.
둘째로 두 단락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서 극에 이르는 표현을 한다. 4:1-43은 역사의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교훈을 한다. 그래서 현재인 벧브올(바알브올 4:3)에서 소급하여 호렙(4:10)에 가고, 다시 애굽으로 (4:20), 거기서 다시 족장에게로 (4:31), 다시 마지막으로 창조(4:32)까지 도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9:2-30:20은 정반대 방향으로 극점인 역사의 종말에 이른다. 이 언약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 이 모압 땅에서 언약을 맺는 이 세대(29:10-13)에게만이 아니라 여기에 함께 있지 아니한 먼 미래의 세대까지 이른다는 것을 명확하게 한다 (29:14-15). 역사가 진행되면서 이스라엘의 후세대뿐 아니라 이방의 후세대조차도 이스라엘의 과거의 역사를 비웃게 될 것이다 (29:22-23,24-28). 그렇게 해서 역사가 끝장 난 먼 미래, 이스라엘이 포로로 끌려간 상황에서라도 어떻게 다시 재기할 것인가까지 말한다. 4장은 역사의 시작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29-30장은 역사의 마지막점까지 내려가서 이스라엘에게 아주 절박한 교훈을 준다.
셋째로 두 단락이 모두 역사진행을 철저히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이 동일하다. 4:26-28의 경고는 거의 29:18-28이나 30:1의 부정적인 역사전망과 동일하다. 4:1-43이 과거를 다루지만 1-3장처럼 단순한 과거의 서술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강력한 미래적 교훈을 던지는 장이기 때문에 29-30장의 어조와 동일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로 각 단락 속에 담겨있는 이스라엘의 신비한 역사철학을 소개함에 있어서 동일하다. 우선 4:29-31의 이상한 맥락이다. 그 속에서 역사의 대역전 드라마, 즉 역사가 회복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책임임을 말하지만 그 속에는 다른 요소 즉 하나님의 자비로 새롭게 되어 이스라엘이 먼 미래에 여호와께로 돌아와서 전혀 새로운 존재가 될 것을 선포한다. 그렇지만 이 내용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 그러나 29-30장은 이 점에서 더욱 명확하다. 필자의 이전 글에서 밝힌대로 신명기의 역사철학의 신비를 30:2,6,9-10은 뚜렷하게 제시한다. 즉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성실(emet)하게 이루어가는 역사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에게 있지만, 하나님의 언약적 자비(chesed)로 이스라엘에게 대역전 드라마가 전개되어 하나님 나라가 완전하게 새롭게 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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