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창세기(구속사)

13. 이삭 : 소극적으로 이루어가는 하나님 나라

호리홀리 2015. 3. 30. 14:13

13. 이삭 : 소극적으로 이루어가는 하나님 나라

 


 

이삭을 통한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수동적이다. 그가 태어나서부터 이스마엘에게 놀림을 당하나 그 때문에 부모의 보호 본능이 자극되었다. 그 결과 이스마엘이라는 어려운 요소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노력이 없이도 정리되었다. 그가 청년이 되어서도 명상적이며 관조적인 성품을 가졌음을 볼 수 있다 (24:63). 오히려 저자는 그의 아내가 될 리브가를 얻게 되는 사연에 대해 길게 묘사한다 (24장). 그랄 땅에서 아비멜렉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아버지가 처했던 같은 문제에 대하여 아버지가 실수했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리브가를 자신의 누이라고 할 정도로 수동성을 보인다(26:1-11). 또 우물사건(26:12-22)을 통하여 전쟁의 모습대신 평화를 위해서 양보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그의 삶도 특별한 언급할 것이 없이 짧게 지나가고 이제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늙어졌다. 이런 중에서도 하나님 나라는 빠른 박자도 아니고 힘이 넘치는 것도 아닌 조용한 행진을 경험한다. 특히 그의 삶의 마지막에 있었던 장자축복 사건에서 보여준 수동성(27장)은 아브라함의 신앙에 대한 마지막 시련(22장)이 능동적인 것에 잘 대조된다. 하지만 이 수동성속에 있는 어리석음은 이삭의 사건들의 배경이 된다. 이삭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정해진 일상과 관습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파격속에서 예측하지 못한 굴곡이 생기기도 하는 역동성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이 어두워진 것이다. 이런 어리석음속에서 장자에 대한 편애가 생겼고 그의 육체적인 탁월함에 매료되었다. 반면에 아내 리브가는 하나님의 약속을 인간적으로 이해하여 (25:23) 차자에 대한 편애를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으며 이로서 하나님 나라의 진행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불일치가 한 가정내에 있음을 드러났다. 드디어 이삭은 리브가와 야곱의 잔꾀로 장자의 축복이 가로채어지는 것을 막지도 못했다 (27장). 그러나 바로 이런 어리석음에 가까운 수동성이 원래 아이들이 태어날 때의 예언(25:23)이 성취되는 하나의 길이 되었다. 이삭의 생애에 대한 비교적 짧은 보고에 이어서 그의 임종이 보고되려면 한참이 걸린다 (35:27-29). 이미 그 아들들의 격렬하고도 적극적인 삶의 내용이 천년이 아무 일이 없는 것 같이 흘러가는듯한 이삭의 시대에 속하여야 할 보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