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스겔서 강해(구속사)

8). 새 시대 새 생활 회복(에스겔서45-46장)

호리홀리 2015. 3. 26. 11:38

8). 새 시대 새 생활 회복(45-46장)

 

 

 

  하나님은 통치자들에게 특별히 명령하신다. 포악과 겁탈을 일삼지 말고, 정의와 공의를 행하도록 촉구한다. 그래서 ‘내 백성’을 속여 빼앗지 말라고 명령하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내 백성’이라고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은 왕의 백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다. 하나님은 이 사실을 천명하신다. 이것은 솔로몬이 기브온에서 하나님께 일천번제를 드리는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내 백성’이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왕이 백성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것과 하나님의 백성으로 여기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내 백성’으로 칭하면서 군주에게 당부하는 것은 백성을 잘 다스리라는 것이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백성을 억압하거나 겁탈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도량형을 정확하게 할 것을 명령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은 군주의 본분에 대해 말씀하신다. “왕은 본분대로 번제와 소제와 전제를 절기와 월삭과 안식일과 이스라엘 족속의 모든 정한 절기에 드릴지니 이스라엘 족속을 속죄하기 위하여 이 속죄제와 소제와 번제와 감사제물을 갖출지니라”(17절). 군주는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각 절기마다 하나님께 제대로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본문은 군주의 정치적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그 역할을 제의적 차원에서 정의한다.

 

  하나님은 절기들을 제대로 지키라고 명령하신다(45:18-46:15). 군주가 지원해야 하는 절기들 중에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신정(1월 1일)인데, 이 날에 해야 할 일은 성소를 정결케 하는 것이다. 성소가 백성의 범죄로 인해 더럽혀졌기 때문에 속죄제를 드림으로써 성소를 정결케 해야 한다. 그리고 일곱째 날에는 실수로 죄지은 사람들을 위해 속죄제를 드려 성소를 정결케 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신년 초하루를 성전 정결로 시작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 이스라엘 백성이 1년 동안 죄짓지 않고, 성전을 정결케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언급되는 절기는 유월절이며, 일주일 동안 이 절기를 지키면서 누룩을 넣지 않은 떡을 먹으라고 한다(21절). 이것은 유월절과 무교절을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유월절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로써 정월 14일에 지키고, 정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무교절로 지킨다. 무교절은 보리를 거둬들이는 농사 절기인데, 바로 앞에 유월절이 있기 때문에 후대로 내려갈수록 무교절이 유월절화(化)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원래 유월절은 가족 중심으로 지키는 것이었는데, 본문에서 왕이 주관하고 있다. 이것은 요시야가 유월절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킨 것을 떠올리게 한다(대하 35:7-9). 유월절이 가족 절기에서 국가적 행사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원래 유월절의 제물은 양인데, 여기서 송아지를 제물로 삼는다. 유월절의 제물은 양(출 12:1-28)에서, 양을 예물로 드리고 나서 다시 소와 염소를 예물로 드리는 것(민 28:16-25, 대하 30:15-17)에서, 양과 소와 염소를 함께 드리는 것(대하 35:7-9)에서, 소를 드리는 것(겔 45:22)에서, 다시 양을 드리는 것으로 바뀌었다(스 6:17-22).

 

  7월 15일에는 일주일 동안 수장절을 지킨다(레 23:39-44, 신 16:13, 16). 그런데 절기 때에 드리는 제사는 대체로 속죄제이다. 그만큼 속죄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언급되는 절기는 안식일과 초하루이다. 이 절기들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동쪽 안문을 통제하는 것이다. 군주는 이 문을 통해 출입해야 하며(46:8), 다른 사람은 이 문을 사용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것은 매일 아침에 드리는 제사이다. 아침마다 일 년 된 양 한 마리를 드려야 하는데, 소제도 함께 드린다. 여기서는 저녁 제사에 대해선 말씀하지 않고 있다.

 

  하나님은 통치자들도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하신다(46:16-18). 본문은 통치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하는데, 여기서 군주의 기업에 대해 말씀하신다. 즉 군주가 받은 기업도 다른 사람들처럼 보존되어야 한다. 그리고 왕이라고 해서 원래 받은 것 이상으로 기업을 늘리지 말아야 하며, 기업을 잘 유지해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수해야 한다. 하나님은 왕이 기업을 늘리기 위해 백성의 기업을 뺏고, 삶의 터전을 잃은 백성으로 하여금 살 길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것은 당시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음을 암시한다. 열왕기상 21장에 나오는 나봇의 포도원 사건이 그 좋은 예이다. 따라서  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업을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사장과 왕에 대한 규정들이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것은 제사장과 왕이 동일한 책임과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