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사야서의 언약적해석

이사야51:1-52:12,깰지어다,일어설찌어다

호리홀리 2015. 2. 14. 21:46

시온아 깨어라, 일어나라 (51:1-52:12)

 

아브라함과 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고도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그것도 늦은 나이에 비로소 아들 이삭을 얻을 수 있었다. 아브라함의 나이 100세에 태어난 이삭은 60세에 야곱을 낳고, 야곱은 후에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볼 때 한 사람을 통하여 한 민족이 태어난 셈이다. 유다가 망하고 그 주민이 외지로 끌려간 후, 황폐화된 '시온'은 마치 오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하던 때의 사라처럼 보인다. 야웨께서는 의를 찾는 이들에게 아브라함과 사라를 상기시키며, 시온도 결국 에덴 동산처럼 바뀔터이니 낙심하지 말라며 위로하신다 (이사야51:1-3).

 

야웨 하나님의 가르침과 다스리심은 이스라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에 퍼질 것이다. 옛 하늘과 옛 땅은 심판으로 인하여 사라지지만, 야웨의 의와 구원은 영원하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인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참 소망이 되시는 야웨 하나님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사야51:4-8). 51:9-11에서, 선지자는 예전에 이집트(='라합', 이사야30:7 참조)와 파라오를 제압하고,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자손을 이끌어낸 '야웨의 팔(=능력)'이 다시 깨어 역사(役事)하기를 기대한다. 여기 11절은 이사야35:10과 일치한다.

 

시온에 대한 야웨 하나님의 간곡한 호소는 계속된다. 왜 시온이 죽을 사람을 두려워하며 창조주 하나님은 잊는 것인가? 이제 곧 사라질 압제자들을 왜 두려워하는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실 하나님은 시온을 바벨론에서 곧 해방시켜주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자기 백성이라고 부르실 것이다 (이사야51:12-16).

 

야웨의 진노의 잔을 마시고 비틀거리는 시온을 그 백성중 어느 누구도 구원할 수 없다. 예루살렘 성이 초토화되고 그 안에는 처절한 굶주림 뿐이니 누가 시온을 위로하랴? 굶주려 가련하고, 술에 취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여인과도 같은 시온을 향하여 야웨께서는 '이제 깨어라, 일어나라'고 하신다. 야웨 하나님께서 이제 그 분노의 잔을 거두어 시온의 원수들에게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야51:17-23).

 

거룩한 성읍 예루살렘이 이제 모든 수치와 슬픔의 자취를 털어버리고 다시 예전처럼 영화로운 옷을 입을 때가 이르렀다. 이스라엘 백성은 일찍이 이집트에 내려가 살다가 그들의 노예가 되어 오랜 세월을 고생한 적이 있고, 그 후에는 앗시리아의 압박이 있고, 다시 선지자의 눈에는 바벨론 통치하의 귀양살이가 보인다. 지금은 야웨의 이름이 이방인 중에서 모욕을 당하지만, 야웨께서 자기 백성을 값 없이 구속하실 때에 그의 이름과 존재는 자기 백성 가운데 알려지고 인정을 받을 것이다 (이사야52:1-6).

 

이 기쁜 소식을 예루살렘에 알리는 자들의 발이 경쾌하기만 하다. 야웨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신다. 그가 자기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속하신다. 하나님이 친히 시온을 통치하실 때 진정한 평화와 복과 구원이 임한다. 온 세상이 하나님의 구원을 알도록 야웨께서는 이 일을 공공연히 행하실 것이다 (이사야52:7-10).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땅 한 구석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사고행전26:26 참조).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이 천국 복음(로마서10:14-15 참조)은 예루살렘과 유다 뿐만 아니라 온 땅에 울려 퍼질 복된 소식이다.

 

장래사를 보는 선지자의 시야는 매우 넓다. 대략 주전 8세기 말엽, 바벨론이라는 세력이 아직 미약한 때에 선지자는 이미 바벨론의 세계 제패(制覇)와 그로 인한 유다의 멸망을 볼 뿐만 아니라, 코레쉬의 등장으로 유대인이 바벨론에서 해방되어 예루살렘으로 귀환할 것과, 더 나아가서는 '야웨의 종'을 통한 천국, 곧 '야웨의 통치'의 확장과 그것의 궁극적인 완성까지도 본다. 그 과정에 있어서 바벨론을 비롯한 모든 불신 세계는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될 것이요, 유대인 중 '남은 자'와 이방 중 모든 '하나님의 백성'은 야웨의 구원을 노래하며 진정한 평화를 누릴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성전 기구를 들고 바벨론에서 나올 유대인들에게 '스스로를 깨끗이 하고 바벨론을 떠나라'는 명령은 (이사야52:11-12) 몇 가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이 지시는 우선 코레쉬의 칙령으로, 옛적에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약탈하여 자기 신전에 두었던 성전 기구들을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져오는 일(에스라1:7-11; 5:14-15)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 지시는 성전 기구를 운반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사도 바울은 말하기를,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고 하였다 (고전4:16-17).

 

이사야52:13에서는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이제까지는 시온을 향한 기쁜 소식이 주를 이루었지만, 여기서부터는 그 기쁜 소식의 핵심이 되는 '야웨의 종'에게로 촛점이 옮겨진다. 장 구분의 실수로 세 절(52:13-15)이 53장에 들어가지 못하였으나, 이 세 절은 사실상 53장 전반에 흐르는 기사(記事)의 일부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