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39장/위기와 구원
주전 715년, 이 해는 유다 왕 히스기야 재위 제14년이 되는 해이다. 당대의 대제국 앗시리아의 침입으로 말미암아 유다와 예루살렘에게는 국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던 위기의 해였다. 이사야 36-39장은 이 해의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간의 관점에서 볼 때, 이사야 36-39장은 28-33장에서 예고한 바 있는 '예루살렘의 위기'를 묘사하고 또 이를 극복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함으로써, 28-33장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는 셈이 된다. 이처럼 이사야의 예언과 그에 대한 성취는 현실과 미래를 오고가며 기록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독자로 하여금 해석의 폭을 넓히게끔 한다.
유다왕 히스기야의 통치 초기
성경은 유다 왕 히스기야에 대하여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사야36:1-39:8; 왕하18:1-20:21; 대하29:1-32:33). 그만큼 그는 성경 기자들에게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어 있다. 그러면 히스기야 재위 기간 (주전 729-699년) 동안 그의 통치가 어떠하였고, 또 유다 및 이스라엘 왕국을 중심으로 한 고대 근동의 정치적 동향은 어떠하였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히스기야는 주전 729년, 25세의 나이로 유다 왕위에 올랐다. 그는 부친 아하스와는 전혀 달리 하나님을 경외한 사람이었다. 우선 히스기야가 시도한 일은 종교 개혁이다. 즉위 직후인 주전 728년 (이 해는 히스기야의 통치 첫 해로 간주된다; 대하29:3 참조) 첫째 달 (보통 그레고리력의 3-4월에 해당) 히스기야는 성전을 수리하고 정화(淨化)한다 (대하29:1-19). 성전을 정화하는 일만 해도 무려 두 주간이나 걸렸으니 (대하29:17 참조; 16일에서 두 안식일을 제하면 14일이 됨) 대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또한 선왕(先王) 아하스가 얼마나 철저하게 야웨 예배를 버리고 우상 숭배에 열심이었던지를 (왕하16:10-18; 대하28:22-25 참조)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성전 정화 작업에 이어서 히스기야는 곧바로 속죄 제사와 일종의 성전 재봉헌식을 거행한다 (대하29:20-36). 그 다음으로 한 일은 이스라엘 3대 절기중의 하나인 유월절을 지키는 것이었다 (대하30:1-27). 유월절은 본래 첫째 달에 지키는 절기이나, 이때 히스기야는 사정상 이를 둘째 달에 지킨다. 유다 전역 뿐만 아니라, 앗시리아 왕 디글랏 빌레셀의 침공(주전 734-732년)으로 국토의 3분의 2 가량을 잃은 (왕하15:29; 대상5:25-26 참조) 북 왕국 이스라엘까지 파발군을 보내어 북쪽 지파 사람들도 명절에 초대한다. 이렇게 시작된 유월절 행사는 무교병을 먹는 한 주간이 지나고도 또 한 주간을 지키는 이례적인 절기로 탈바꿈하였다. 이것도 바로 주전 728년의 일이다.
유월절 예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백성들은, 예루살렘에서 얻은 신앙적 열정을 유다 여러 성읍에서 우상들과 이방 제단들을 쳐부수는 일로 표현하였다 (대하31:1). 아마도 바로 이 무렵 히스기야는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부쉈을 것이다 (왕하18:4). 그는 어떤 종류의 우상 숭배도 용납할 수 없었다. 히스기야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성전 예배를 공고히 하고자, 제사장과 레위인 조직 및 희생물과 십일조와 기타 헌물 등에 대한 규정을 재정비한다 (대하31:2-21).
주전 727년 (히스기야 제2년) 앗시리아 왕 살만에셀이 북 왕국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호세아로부터 조공을 받아낸다 (왕하17:3). 그러나 "(남 왕국 유다의) 히스기야는 앗시리아 왕을 배척하고 섬기지 아니하였고, 블레셋 사람을 쳐서 가사와 그 사방에 이르고, 망대에서부터 견고한 성까지 이르렀다"(왕하18:7-8)고 기록된 점으로 보아, 통치 초기에 종교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구축했던 것 같다. 히스기야의 블레셋 탄압에 관하여는 이미 아하스 왕이 죽던 해(주전728년)에 예고된바 있다 (이사야14:29-30 참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북 왕국 이스라엘의 호세아는 이집트와 내통하고 앗시리아를 배반한다. 호세아의 반역은 앗시리아의 분노를 사서, 결국은 주전 725-723에 걸쳐 사마리아는 포위 공격을 당하다가, 주전 723년 이스라엘은 완전히 멸망하고 만다 (왕하17:4-6). 이때가 바로 히스기야 제6년이었다 (왕하18:9-12).
앗시리아의 침입과 히스기야의 위기 (36:1-21)
히스기야 제14년, 곧 주전 715년 (앗시리아 왕 사르곤 제7년), 사르곤의 아들 산헤립(당시 그는 왕세자의 신분으로서 부친 사르곤 밑에서 일종의 副王 노릇을 함)이 드디어 대군을 이끌고 유다에 쳐들어 온다. 산헤립이 유다 요새성들을 대하여 진을 치고 언제 예루살렘까지 진격할지 모르는 상황에, 히스기야는 예루살렘의 물 근원을 막고, 성벽을 수축하고, 무기를 제작하고, 군대 조직을 정비하고, 백성들을 격려하며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대하32:1-8).
산헤립이 유다의 모든 요새성들을 쳐서 함락시키자 (이사야36:1), 히스기야는 사신을 보내어 라기스에 진을 치고 있던 산헤립에게 사죄(謝罪)하고 그의 요구대로 왕궁과 성전의 보물을 털어서 앗시리아 왕에게 바친다. 이때 심지어 성전 문과 기둥에 입힌 금마저 벗겨내어 앗시리아 왕에게 바쳐야만 했다 (왕하18:13-16). 그러나 산헤립은 공물을 받고도 라기스로부터 부하 장군들 편에 대군을 예루살렘으로 보내어 히스기야의 항복을 받아내고자 한다 (요세푸스의 '유대인 고대사' 10권 1장 1절 참조). 이사야33:7의 "평화의 사신들이 슬피 곡하며"라는 말씀은 이때의 일을 가리킨다.
공교롭게도 히스기야의 신하들(엘리아김과 셉나에 대하여는 이사야22:15-25 참조)이 앗시리아의 장군들을 만난 곳은 (이사야36:2-3) 전에 아하스 왕이 이사야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이사야7:3). 당시 아하스는 아람과 이스라엘 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이사야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약속을 믿기 보다는 자기 꾀를 믿고 앗시리아를 끼어들임으로서, 훗날 이와 같이 유다의 화를 자초하고야 만 것이다.
산헤립의 부하 장수가 전하는 말은 야웨 하나님과 히스기야를 모욕하는 내용으로 일관한다 (이사야36:4-10). 그가 모욕하는 말 중 '유다가 앗시리아의 침입에 직면하여 기댔던 이집트는 부러진 갈대와 같아서, 그를 의지하는 자마다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것이나 (6절), '야웨께서 앗시리아를 들어서 유다를 혼내려고 한다'는 발언(10절)에는 일말의 진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헛된 이집트의 도움에 대하여'는 이미 선지자가 경고한 바 있고 (이사야30:1-17; 31:1-3), '야웨께서 앗시리아를 몽둥이로 사용하신다' 함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이사야10:5-6, 24).
하나님의 백성은 자신의 죄로 말미암아 얼마든지 원수 사탄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성도가 죄를 범하는 경우 하나님은 성도에 대한 사탄의 공격을 허용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목적은 성도를 경고하시고 그로 하여금 회개케 함이지 결코 그를 멸망케 하는 것이 아니다. 앗시리아는 유다를 경고하기 위한 하나님의 '몽둥이'일 뿐이지 결코 '몽둥이의 주인'이 아니다. 아무리 앗시리아 장군의 발언이 마치 하나님의 뜻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힘만을 믿는 (8-9절) 교만에서 나온 것이지 결코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는 '종'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다. 하나님이 택하신 민족에 대한 앗시리아의 교만과 과잉 행동은 결국 스스로의 심판을 자초하게 될 뿐이다.
산헤립의 부하 장군은 유다 방언에도 능한 사람이었다. 그는 히스기야의 신하들의 요구를 무시하고는 계속하여 유다 방언으로, 성 안의 모든 백성도 들을 수 있게끔 큰 소리로 항복을 요구하였다 (이사야36:11-20). 히스기야의 신하들은 왕의 명령대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히스기야에게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위기 앞에서 무능한 자기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슬픔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들은 슬픔의 표시로 옷을 찢고는 히스기야 왕에게 이 일을 보고하였다 (이사야36:21-22).
이상의 사건 경과에 관하여는 왕하18:17-37; 대하32:9-19에도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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