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든 죽을 생명의 죽으로 변화시키는 엘리사(왕하 4:38-41)
(1) 배고픈 선지생도들(38절)
엘리야와 엘리사를 비롯한 선지자들 이야기에는 음식 이야기가 많다. 고대의 농경사회에서 양식 문제는 심각하였다. 갑자기 봄비나 가을비가 내리지 않거나,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면 그 동안의 농사를 모두 망치게 되었다. 때로는 메뚜기 재앙이 찾아오며, 외적들이 쳐들어와 애써 가꾼 농사를 탈취해 갔으며, 심할 때에는 완전한 항복을 받기 위하여 벌판을 모두 불태우기도 하였다. 이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생존권까지 침해를 받았다. 고대 이스라엘의 생활은 극빈의 경제 현실 속에서, 매일 양식을 준비하는 것은 힘든 인생의 현실이었으며, 봄마다 보리 고개를 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엘리사는 다시 길갈에 왔으며, 그 땅에 흉년이 들었다”고 한다(38절). 흉년이 들었으니, 신학교 살림은 말이 아니었다. 엘리사가 도착했을 때, 선지자 무리가 양식이 없었다. 엘리사는 그의 시종에게 “큰 솥을 걸고 신학생들을 위하여 국을 끓이라”고 하였다.
(2) 한 생도의 무지와 실수(39-40절)
신학교에 양식이 없어 여러 학생들이 먹을 만한 식물들을 찾아 주위를 헤매게 되었다. 참으로 그들은 어려운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야생 참외”(들 오이)를 발견했다. 이것은 오렌지 정도의 크기와 모양을 갖고 있으며 맛이 지독하게 쓰다. 다른 본문에서는 독초 혹은 유해한 꽃들을 언급한다(신 29:18; 32:32; 호 10:4). 그는 수고를 많이 하였다. “야생 포도 덩굴을 만나 그것에 맺힌 열매를 따서 옷자락에 채워 가지고 돌아와서 썰어 국 끓이는 솥에 넣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안에 독이 있는지 몰랐다. “이에 퍼서 무리에게 주어 먹게 하였는데, 그들이 국을 먹다가 외쳐 가로되 ‘하나님의 사람이여 솥에 사망의 독이 있습니다’ 하고 능히 먹지 못하였다.” 그 신학생의 실수는 작은 것이었지만, 영향은 심각한 것이었다.
아마 그는 황당해 하면서도, 분노하였을 것이다. "차라리 집에 누워 있을걸 그랬어. 내가 하는 것은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 이제 모든 동료들이 나를 고문관이라고 놀릴꺼야. 수고해서 무엇하나." 우리도 남을 섬기는 일에서도 가끔 "정서적인 블랙홀"을 경험한다. 엄청난 에너지로 수많은 시간을 쏟아 남을 도우려 하지만, 결국 아무 소득도 없는 것을 보며, 좌절하고 탈진한다. 교회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하지만, 교인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도 전도자처럼, "헛되고 헛되다. 우리의 모든 수고가 헛되다"라며 탄식하게 된다. 여기의 신학생 경험은 우리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3) 엘리사의 기적(41절)
이 때 엘리사 선지자는 “그러면 가루를 가져오라 하여 솥에 던지고 가로되 퍼다가 무리에게 주어 먹게 하라 하였더니, 이에 솥 가운데 해독이 없어졌더라”고 말한다. 엘리사는 이 단락에서 사람들을 열심히 돌보고 있다.
우리는 이 짧은 기사를 보면서, “엘리사는 뭐 이렇게 시시한 데까지 간섭하며, 죽까지 고치고 있는가?” 그는 “하님의 능력을 주술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그러나 엘리사는 이 기사를 통하여, 하나님의 능력과 보살피심이 사소한 인생사에까지 확대됨을 보여준다. 좀 더 큰 맥락에서 보면, 죽을 회복하는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장차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시는 것과 연관된다. 그 때에는 우리 노동을 좌절시키는 가시와 엉겅퀴와 독이 없을 것이다(창 3:18).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나님께서 자기 종의 노동을 구속해 주시는 데 있다. 사도 바울은 “주 안에서 너희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전 15:58). 주님을 위해 바친 냉수 한잔도 헛되지 않을 것이다(마 10:42). 이 기적은 단지 죽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는 자들의 노동을 구속해 주는 데 참된 뜻이 있다.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것 같이 변화의 삶,세상의 독을 제거하는 제자의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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