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출애굽기(언약적해석)

출애굽기2:11~15,구속사의 위기

호리홀리 2015. 4. 13. 11:11


        모세는 성장한 사람으로 본문 속에 등장한다. 행 7:23에 따르면 이 때의 그의 나이는 40세이다. 출 7:7과 신 34:7을 종합할 때 그의 인생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그는 제 1기 유, 청년 시대를 지나 제 2 기 40세의 장년의 모습으로 본문에 다시 돌아온다.
        모세는 친어머니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동족 히브리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출 2:11절은 “한 번은 자기 형에게 나가서 그 고역함을 보더니”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보다”라는 표현은 히브리어로는  전치사가 따라 오면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본다는 의미가 된다. 모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고역을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동족 이스라엘의 고난을 속으로 체휼하면서 보고 있는 것이다. 무릇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는 자가 갖추어야 할 성품은 이런 것이리라. 자기가 이끌고 나갈 자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는 자는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느끼지 않는 자는 이끌 수 없는 것이 지도력의 법칙이다.
        모세가 이렇게 동족의 아픔을 체휼하면서 그들을 지켜 보고 있는 중에 한 애굽 사람이 히브리인을 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모세는 그 애굽인을 쳐 죽인다. 이 두 가지 사건 모두 동일하게 “치다”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으로 보아 애굽인은 히브리인을 죽도록 치고 있는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세는 결코 평범한 구타 사건을 가지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또한 이 본문에서 우리는 모세가 애굽인을 쳐죽이기 전에 좌우를 살피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 것은 그의 신중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난 다음 날에도 모세는 다시 자기 백성들을 보러 나간다. 아마 모세는 자신이 충분히 조심했기 때문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리라고 생각한 듯 하다.
다시 한 번 그는 구타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 번에는 히브리인들 간의 싸움이다. 모세는 “그 그른 자”에게 왜 동포를 치느냐고 묻는다. 본문이 “그른” 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볼 때 모세는 이미 그 싸움에 대해서 나름 대로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그른 자에게 잘못을 지적한 것은 다시 한 번 그의 정의감을 보여준다.
        그 그른 자는 반성은 하지 않고 모세에게 누가 너를 재판관을 삼았느냐고 따지면서, 오히려 모세가 애굽 사람을 죽인 일을 누설하겠다고 협박을 한다. 아마 그는 협박에서 그치지 않고 정말 발설을 한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가 모세를 죽이고자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2:15).
        도와 주고자 한 일에 대해서 모세는 감사받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비난을 당하고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이 점 역시 이후의 생애 동안 모세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속에서 하게 될 경험의 전주곡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모세의 어설픈 구원자 행세는 막을 내리게 된다. 그에게 자기 백성을 향한 연민도 있었고, 그들을 도와 주고 싶은 의욕도 있었지만 그는 2:1-10의 어린 아이처럼 여전히 운명의 나일강에 놓여진 취약한 자일 뿐이었다.
        많은 수의 설교는 모세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함으로써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물론 이 때가 “하나님의 때”가 아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모세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한 가지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아직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자가 “하나님의 때”에 근거해서 행동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이 본문에서 중요한 것은 모세가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기 동족을 위하여 일하고자 했다는 점이 아닐까? 하나님께서는 그 의욕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지, 당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자가 당신의 때를 기다리지 않은 것에 연연하시는 분은 아니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본문은 모세가 정의감이나 신중성, 희생 정신에 있어서 지도자의 자질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세의 좌절을 하나님의 좌절, 구속사의 좌절로 볼 필요는 없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모세의 좌절을 넘어서도 흘러간다. 인간이 낙심으로 인해 시계가 멈춘 때에도 하나님의 구속사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