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출애굽기(언약적해석)

출애굽기2:15~22,추락

호리홀리 2015. 4. 13. 11:14


        성경에서 우물가는 결혼의 장소이다(Alter: 47-62). 창 24장에서 아브라함의 종은  이삭의 아내 리브가를 만나고, 창 29장에서 야곱은 아내 라헬을 만난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을 만난다. 물론 이 마지막의 결혼은 육체적 결혼이 아니라 영적인 결혼으로 읽어야 한다.

        모세 역시 1-2장의 마지막 여인인 아내 십보라를 우물에서 만난다. 모세는 미디안 제사장 르우엘의 딸들을 목자들에게 보호하고 물을 길러 줌으로써 인연의 발판을 마련한다. 딸들이 아버지에게 가서 모세에 대하여 한 말 중 모세가 자신들을 목자들의 손에서 “건져내”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모세의 운명을 예견하는 역할을 한다(출 2:19; 3:22; 5:23; 6:6; 12:27,36; 18:4,8-10; 33:6). 앞의 모세란 이름이나 물에서의 구원받음이 부지 중에 모세의 장래와 연결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말을 들은 르우엘은 모세를 초청해 음식을 먹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르우엘의 딸들이 모세를 “한 애굽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것은 바로의 딸이 아기 모세를 보고 즉시로 “히브리 사람의 아이”라고 한 것과 대비된다. 모세는 히브리인들에게 연민을 가졌지만 겉모습은 어느새 애굽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애굽인이 다시 히브리인의 구원자로 환골탈퇴하기까지는 40년의 세월이 더 걸린다.
        결국 모세는 르우엘과 머무르기로 작정하고, 그의 딸 십보라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는다. 이 때의 모세의 심정은 그가 아이에게 준 이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게르솜이란 이름에 대해서 내레이터는 “내가 타국에서 객이 되었음”이란 뜻이라고 해석한다. 자기 동족에 대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모세에게는 애굽이 모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족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그에게는 “객”이라는 회한의 모습만 남았다. 미디안의 양 떼 꽁무니를 따라가면서 그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흩어진 양 떼의 발자국 속으로 묻히듯 그의 삶도 그렇게 회한 속에서 묻혀가고, 덧없이 40년의 세월의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