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마태복음

마태복음13장/하나님나라

호리홀리 2015. 3. 25. 16:11

마태복음13장/하나님나라

 

       마태복음 전체 분량의 1/4 정도가 비유라는 사실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가르침 가운데 비유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였는가를 잘 보여 준다. 예수님은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바 심오한 진리들을 딱딱한 논리적 철학적 진술들로 제시해 나가기보다는, 오히려 일반 사람들의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농업, 상업, 어업, 목축업, 자연 현상, 가족 관계, 잔치, 재판, 등)에 빗대어 일상적 언어로 제시해 나가기를 선호하였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비유 이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50여개에 달하는 마태복음의 비유들은 복음서 전체를 통해 나타나지만, 특히 13장, 21-22장, 24-25장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1. 13장: 하늘 나라의 비밀
13장에는 하늘 나라(天國)에 관한 8개의 비유들이 나타난다. 이 비유들은 매우 조직적인 구성을 통해 하늘 나라의 속성의 다양한 측면들을 아주 인상적으로 제시해 준다. 그 핵심적인 메시지들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1. 성장하는 하늘 나라
겨자씨(31-32절)와 누룩(33절) 그리고 아마도 씨뿌리는 자(1-9절, 18-23절)와 가라지(24-30절, 36-43절) 비유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보잘 것 없는 비밀스런 시작과 승리적 결과의 절정 사이의 대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수님 사역 당시 이는 실질적인 문제였다. 제자 집단 밖에 있던 외부인들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선포를 입증할 획기적인 현상들을 제시해 보라고 도전하였을 것이다(참조. 12:38; 16:1). 한편 제자들 입장에서는 하나님 나라가 그 온전한 영광 중에 도래함으로써 이를 대적하던 모든 세력을 완전히 멸절시킬 사건을 조급하게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한 그들에게 예수님은 위의 비유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제공하신다: 하나님 나라는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형태라 할지라도 그 씨앗이 일단 뿌려진 때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이후 결실할 때까지는 성장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성장 과정에 있어서 그 반대 세력이 아무리 강해 보인다 할지라도 궁극적인 승리는 하나님 나라의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통치 방법은 일순간에 완결되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성장의 과정을 통해 결실해 가는 방법이며, 겉으로 과시하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궁극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1.2. 철저한 요구를 수반하는 하늘 나라
보화(44절)와 진주(45-46절) 비유들은 하늘 나라를 소유한다는 것(즉,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다는 것)이 자기 소유를 전적으로 포기함으로써만 가능함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자기의 모든 소유를 전적으로 포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제자가 되려는 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요구에서 발견될 수 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16:24; 참조. 10:37-39; 19:27). 즉, 하늘 나라를 소유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소유권을 포기하고 자기 자신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십자가는 하나님 나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간이 십자가에서 죽지 않는 한 그의 주인은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으며, 오로지 그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될 때 비로소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 살아서 그의 주인으로서 그를 다스리게 되는 것이다(참조. 갈 2:20). 사실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하듯이(6:24), 모든 사람은 자기가 그 자신의 주인이든지 아니면 하나님께서 주인이 되시든지 둘 중의 하나이지 그 둘 사이의 중립지대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보화를 발견한 농부가 자신의 소유를 다 포기할 때 마지못해서 하거나 슬퍼하며 한 것이 아니라 기뻐하며 하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44절). 이는 그 농부에게 있어서 그 보화를 얻는 것이 자신의 모든 소유를 파는 것보다 훨씬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물론 하나님 나라는 외면적인 표시나 가시적 영광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다른 모든 소유보다 값진 보화이며, 가치에 있어서 모든 것을 능가하는 진주인 것이다. 따라서 이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고 오직 그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을 소유하기를 기뻐하는 것이다.

1.3.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는 하늘 나라
씨뿌리는 자(1-9절, 18-23절), 가라지(24-30절, 36-43절), 그물(47-50절) 비유들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누이게 될 것을 가르쳐 준다. 하늘 나라의 그 놀라운 가치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호의적인 반응만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히려 하늘 나라의 가치를 충분히 모르거나(가시떨기, 돌밭) 아예 관심이 없거나(길가) 심지어 배척 혹은 대적하기까지 한다(가라지). 결국 그런 반응을 보이는 자들은 마지막 날 풀무불에 던져져 거기서 울며 이를 갊이 있을 것이다(41-42절). 실제로 11-12장에는 하늘 나라의 복음을 대적하는 자들에 관한 언급들로 가득차 있다. 그런가 하면 19장의 부자 청년은 하늘 나라의 가치를 충분히 몰랐기에 재물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철저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분명 좋은 반응을 보일 것이며(좋은 밭, 10장의 제자들, 19:27의 베드로의 고백), 그런 반응을 보이는 자들은 결국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됨으로써 마지막 날 해와 같이 빛날 것이다(4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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