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사야서의 언약적해석

이사야24장,동전의 양면

호리홀리 2015. 2. 12. 19:32

제24-27장/심판과 구원

 


 

앞서 언급한 대로 이사야 1-12장을 통하여 선지자의 메시지는 주로 이스라엘 백성, 그 중에서도 특히 유다와 예루살렘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13-23장에서 그의 메시지는 주로 이방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진다. 7-12장에서 제국들의 흥망과 메시야에 관한 예언이 있은 후, 13-23장에서 자연스럽게 메시야의 통치 영역에 포함될 이방 세계의 운명을 언급하듯이, 24-27장 또한 자연스럽게 13-23장을 이어 메시야의 통치를 완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심판'에 관한 예언으로 이끌어준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야웨 하나님은 사탄의 배후 조종과 죄의 권세로 인하여 당신의 관할을 떠난 세상 사람들을 다시 자기 권세 아래로 이끌어 오기를 원하신다. 이 일은 마치 큰 전쟁과도 같아서 인간이 사는 지상에서는 이와 관련된 각종 전투와 다양한 작전들이 펼쳐질 것이다. 과거 아브라함을 택하시고 그를 갈대아 우르 땅에서 불러내시어 가나안 땅으로 데려오신 일은 하나의 작전이었다. 아브라함은 장차 야웨 하나님께 영광을 가져올 한 백성과 (이사야43:21,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영광을 전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장차 오실 왕 메시야의 조상이 될 사람이기에 (창세기22:18), 하나님은 그 한 사람을 열방의 모든 권세로부터 보호해 주셨다.

 

요셉을 미리 이집트로 보내시고 그를 통하여 이스라엘 자손의 목숨을 기근에서 구하심도 하나의 작전이었다. 학대받는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끌어내시어 가나안 땅으로 인도해 들이신 일은 하나의 대작전이었다. 이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 이집트 땅은 거의 초토화되고 그 장자를 모두 잃었으며, 가나안 거민들은 완전히 뿌리뽑혀야만 했다 (물론 이 후자의 명령을 받은 이스라엘 자손들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나와서 광야를 지나는 동안 모세를 통하여 하나님의 법도를 가르치신 일 역시 하나의 작전이었다.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 관한 하나님의 작전들은 시편 105편에 잘 요약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제 그 몇 절만을 발췌하여 소개하기로 하자.

 

야웨께 감사하며 그 이름을 불러 아뢰며 그 행사를 만민 중에 알게 할지어다.....그 종 아브라함의 후손 곧 택하신 야곱의 자손 너희는 그의 행하신 기사와 그 이적과 그 입의 판단을 기억할지어다. 그는 야웨 우리 하나님이시라. 그의 판단이 온 땅에 있도다.....사람이 그들을 해하기를 용납지 아니하시고 그들의 연고로 열왕을 꾸짖어 이르시기를, 나의 기름 부은 자를 만지지 말며 나의 선지자를 상하지 말라 하셨도다.....한 사람을 앞서 보내셨음이여 요셉이 종으로 팔렸도다.....또 그 종 모세와 그 택하신 아론을 보내시니, 저희가 그 백성 중에 야웨의 표징을 보이고 함 땅에서 기사를 행하였도다.....야웨께서 또 저희 땅의 모든 장자를 치시니 곧 저희 모든 기력의 시작이로다.....열방의 땅을 저희에게 주시며 민족들의 수고한 것을 소유로 취하게 하셨으니, 이는 저희로 그 율례를 지키며 그 법을 좇게 하려 하심이로다. 할렐루야.

 

이사야서는 전체적으로 야웨 하나님께서 당신의 궁극적인 구원 목적을 이루시고자 지상에서 펼치시는 각종 전투와 작전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구원은 달리 표현하면 그가 세우신 왕 메시야를 통하여 당신의 통치권을 온 세상에 완전하게 펼치는 것이다. 7-23장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국부적인 전투들을 묘사한 셈이다. 그러나 이제 24-27장에 이르러 그는 최후의 대전투, 곧 '마지막 심판'을 시적으로 그려주고 있다. 이 '무시무시하고도 참혹한 심판'을 시적인 묘사로 잘 처리하고 있는 선지자의 언어적 재주는 가히 칭찬할만 하다. 더불어 선지자는 심판의 궁극적인 목적인 '구원'을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하는 일도 잊지 않고 있다. 

 

 

온 땅에 임할 심판 (24:1-23)

 

'공중의 권세 잡은' (에베소서2:2) 사탄의 집념은 너무나 무서운 것이어서 그는 지상의 제국들을 통하여 자기의 악랄한 통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야웨께서는 지상 열국의 수라장 속에서도 당신이 택하신 백성을 보호하시고, 그들 중 남은 자를 구원하신다. 그리고 열방 중에서도 자기 사람들을 불러 모으신다. 그러나 때가 이르면 야웨 하나님께서는 지상의 모든 세력들을 완전히 꺾으실 것이다. 이 심판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 승천으로 시작되어 (요한12:31, "이제 이 세상의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 임금이 쫓겨나리라"), 그가 재림하시는 날 최종적으로 완성될 것이다.

 

이사야 13-23장을 통하여 선지자는 바벨론의 멸망에서 시작하여 두로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당시 제국들의 낮아지고 꺾어질 운명을 서술하였다. 이제 24장에 이르러 그는 어느 특정 제국보다는 전체적으로 온 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묘사하고자 한다. 24장에서만도 '땅'을 뜻하는 히브리어 낱말 '아레츠'가 16회나 나오는 것을 보아, 이사야 24장이 이스라엘 땅이나 다른 특정한 땅에 대한 심판을 묘사하기 보다는 '지구 전체'에 대한 심판을 묘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4절에서 '아레츠'가 보통 지구 전체를 뜻하는 동의어 '테벨'과 대구(對句)를 이루어 쓰이고, 또 13절에서 같은 '아레츠'가 '백성들'과 대구를 이루어 사용된 (개역은 대구를 무시하고 둘을 하나로 합하여 "세계 민족 중에"라고 번역함. 표준 새번역의 "이 땅에...백성에게"를 참조할 것) 사실 역시 이 주장을 옹호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야웨의 마지막 심판은 인간의 보금자리인 땅에 큰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1절), 세상에서 구별하는 빈부귀천의 개념은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2절). 이 일은 야웨께서 계획하시고 말씀하신 것이므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3절). 땅이 초토화되고 더럽혀짐은 그 위에 사는 인간들이 하나님이 원하시고 가르치신 법도대로 살지 아니하고 그의 뜻을 거스렸기 때문이다 (4-5절).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 인간의 불순종은 인간 스스로의 파멸 뿐만 아니라 그들이 거하는 땅에 대한 저주도 동반하여 초래한다 (6절).

 

과거 농경 사회에 있어서 풍성한 소출을 통하여 배부르게 먹고 마실 수 있음은 기쁨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땅의 초토화로 이런 기쁨도 끊어질 것이다. 성읍도 그 안의 집들도 모두 부서지고 텅텅 비게 될 것이다. 땅의 기쁨이란 다 사라지고 도시에는 오직 폐허만이 남아서 슬피 부르짖는 소리가 거리를 진동할 것이다 (7-12절).

 

심판의 결과로 "땅에 남을 자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6절), 이는 마치 올리브 나무에서 올리브 열매를 떤 후에도 높은 가지 위에 열매가 더러 남아 있음 같고, 포도 수확이 있은 후에도 이 가지 저 가지에서 포도 송이 얼마를 따냄과 같다. 이러한 현상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이사야17:4-6), 온 땅 위에, 다시 말해서 만백성 중에 사실로 드러날 것이다 (13절). '남은 자'에 관한 사상은 이사야의 메시지에서 아주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14절의 주어인 "그들"은 6절과 13절에서 언급한 '남을 자'를 가리킨다. 이들 '남은 자들'은 소리를 높여 환호할 것이다. "바다에서 야웨의 위엄을 기뻐하여 크게 외칠 것이다" (14절). 히브리어 성경에서 '바다' 또는 '대해(大海)'는 보통 '지중해'를 가리킨다. 그리고 지중해는 이스라엘 땅 서쪽에 위치하므로 히브리어에서 '바다'를 뜻하는 낱말 '얌'은 때때로 '서쪽'을 뜻하기도 한다. 14절의 경우도 '바다'는 15절의 '바다의 섬들'과 더불어 다분히 '서쪽', 곧 지중해를 끼고 있는 유럽 지역을 가리킴에 거의 틀림없다. 참고적으로 보통 '섬'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이'는 성경에서 대부분의 경우 '바다 건너 멀리에 있는 해변의 땅'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이사야40:15; 41:5; 42:4, 10; 49:1; 51:5; 60:9 등 참조).

 

'이스라엘의 하나님 야웨의 이름'은 서방에서 뿐만 아니라 동방에서도 존귀를 누릴 것이다 (15절). 그리하여 동서를 막론하고 땅 끝에서부터 '의로우신 분에게 영광을!' 하는 찬양이 들릴 것이다 (16절). 이 예언의 말씀은 만백성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생김으로써 성취되었고 또 지금도 성취되고 있다 (이사야59:19; 말라기1:11; 시편113:3; 마태8:11-12; 누가13:29; 에베소서3:6 등 참조).

 

먼 장래의 영광에 잠시 취해 있던 선지자는 다시 가까운 장래에 있을 대비극을 바라보고는 '슬픈 탄식'을 발하게 된다 (16절 하반절). 궁극적인 구원으로 향하는 이 땅 위에는 마지막으로 무서운 재앙이 있을 것이다. 이 재앙은 땅에서는 거대한 진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나타날 것인데, 이 모두가 인간의 무거운 죄 때문이다 (17-20절).

 

마지막 심판은 땅과 그 위의 인간 뿐만 아니라, 하늘 위의 존재들도 그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21-22절). "높은 곳의 군대"(쯔바 하마롬)는 다른 말로 "하늘의 군대"(쯔바 하샤마임)라고도 하는데, 이 표현은 '하늘의 별들'을 뜻하기도 하고 (이사야34:4; 40:26; 예레미야33:22), '하늘의 천사들'을 뜻하기도 한다 (왕상22:19; 시편148:2). 이들도 본래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창세기2:1), 마땅히 하나님을 경배하여야 할 터인데 (느헤미야9:6), 하나님의 뜻과는 달리 종종 인간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신명기4:19; 17:3; 왕하17:16; 21:3, 5; 23:4, 5; 예레미야8:2; 19:13; 스바냐1:5).

 

마지막 심판 날에 야웨께서는 위(하늘)에서는 '높은 곳의 군대', 곧 모든 천사들을 심판하시고, 아래(땅)에서는 '땅의 왕들'을 심판하실 것이다. 성경은 '하늘의 군대', 곧 천상의 영계(靈界)와 '지상의 세력'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니엘8:10; 10:13, 20-21; 12:1; 왕상22:19-23 등 참조). 참고적으로 칠십인역에서는 신명기32:8을 "지극히 높으신 자가 열국의 기업을 주실 때, 인종을 분정하실 때에 '하나님의 천사들'(맛소라 성경에서는 '이스라엘 자손')의 수효대로 민족들의 경계를 정하셨다"로 읽고 있다.

 

이사야 24:22(그들이 죄수와도 같이 구덩이에 모아지며 감옥에 갇혔다가,여러 날 후에 심판을 받을 것이다)는 신약 성경의 다음의 말씀들과 연관시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벧후2:4 (하나님이 범죄한 천사들을 용서치 아니하시고 지옥에 던져 어두운 구덩이에 두어 심판 때까지 지키게 하셨으며); 유다서 6절 (또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을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가두셨으며); 계시록20:1-10 (또 내가 보매 천사가 무저갱 열쇠와 큰 쇠사슬을 그 손에 가지고 하늘로서 내려와서 용을 잡으니 곧 옛 뱀이요 마귀요 사탄이라. 잡아 일천 년 동안 결박하여 무저갱에 던져 잠그고 그 위에 인봉하여 천 년이 차도록 다시는 만국을 미혹하지 못하게 하였다가 그 후에는 반드시 잠간 놓이리라.....천년이 차매 사탄이 그 옥에서 놓여, 나와서 땅의 사방 백성 곧 곡과 마곡을 미혹하고 모아 싸움을 붙이리니 그 수가 바다 모래 같으리라. 저희가 지면에 널리 퍼져 성도들의 진과 사랑하시는 성을 두르매,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저희를 소멸하고, 또 저희를 미혹하는 마귀가 불과 유황 못에 던지우니 거기는 그 짐승과 거짓 선지자도 있어 세세토록 밤낮 괴로움을 받으리라).

 

하늘과 땅에서 모든 거스리는 존재를 벌하신 후, 만군의 야웨께서는 새 예루살렘 시온산에서 친히 왕노릇하실 것이다. 그리고 그의 찬란한 영광으로 인하여 해와 달의 광채도 무색하게 될 것이다 (2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