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갈라디아서

갈라디아서1장,이 악한 세대’로부터의 구원

호리홀리 2015. 6. 11. 12:53

이 악한 세대’로부터의 구원(1:4)

이 구절은 바울의 실현된 종말론을 위한 결정적 근거의 하나로 간주된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자기 몸을 내어 준 사건을 그가 우리를 ‘이 악한 세대로부터 건지신’ 사건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악한 세대’라는 표현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것이 바울의 ‘두 세대 이론’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바울은 기본적으로 현 세대와 오는 세대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이 역사의 흐름에서 십자가는 ‘현 세대’로부터의 구출을 의미한다. 두 세대로 구성된 역사의 흐름에서 현 세대로부터의 구출은 곧 새 세대로의 이전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새 세대의 도래’ 혹은 ‘세대의 변환’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엔 몇 가지 치명적 문제점이 들어 있다.

첫째, 바울이 말하는 바는 ‘악한 세대로부터의 해방이지 세대 자체의 전환이 아니다’. 바울이 뜻은 ‘아직 현재의 악한 세대가 계속되는 중에 그리스도의 오심과 성령의 선물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에게 자유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갈라디아서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은 성령과 악한 육체와의 투쟁의 시작을 의미하는데, 이 투쟁은 ‘이미’라는 즐거운 외침보다는 ‘아직’이라는 생생한 의식과 더불어 치러져야 할 싸움이다(5:1-6; 5:21b; 6:7-9). 그리스도의 죽음이 중대한 전환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바울의 사상 속에서 이러한 전환은 결코 세대의 전환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둘째, ‘현재의 악한 세대’라는 강한 표현은 실현된 종말론적 의도를 자연스럽게 배제한다. 여기서 악한 세대를 수식하는 evnestw/toj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ou-toj 혹은 nu/n을 대치하면서, 이 악한 세대의 ‘위협적인 현존’을 더욱 부각시킨다. 여기서 만약 바울이 새 세대로의 이전을 의도했다면 통상적 표현을 두고 이처럼 악한 현 세대의 현존을 강조하는 생소한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울이 편지의 서두에서부터 ‘현존하는 악한 세대’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사항은 아니다.

 

 셋째, 현존하는 ‘악한’ 세대라는 표현도 주목을 끈다. 현 ‘세대’ 혹은 ‘세상’의 악함은 바울신학의 상식이지만(롬 12:2; 고전 1:20; 2:6, 8; 고후 4:4; 엡 5:16), ‘악한 세대’라는 표현 자체는 이 구절에서만 나타난다. 자연 이러한 의도적 첨가는 현 세대의 악한 속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우리 죄’를 위한 것이라는 바로 앞의 언급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마도 바울은 현 세대의 악한 속성을 강조함으로써 그리스도 사건이 담고 있는 도덕적 함의를 강조하려는 것 같다. 바울이 갈라디아서 전체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 논증, 특별히 5-6장의 논증들을 보면 그의 이런 움직임을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3:22!; 5:24!). 요컨대, 현 세대로부터의 건지심에 관한 바울의 언급은 결코 새 세대의 도래를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