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1-4절의 이야기는 1장 8절의 약속이 성취되는 사건이다. 1장 8절은 예수의 명령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자들에게 약속으로 주어졌다. 제자들은 성령을 받게 될 것이고,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온 유다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증인이 될 것이다. 여기서 약속은 '성령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과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땅 끝까지 증인이 될 것'이라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2장에 와서 먼저 성령을 받게 된다는 약속이 성취되고 있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곧 뒤이어 제자들이 증인으로서 예루살렘에서 땅 끝까지 증거하며 나갈 것을 미리 예고하여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즉 본문의 성령강림사건은 곧 있을 제자들의 사역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로서 이야기 흐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1절에 오순절 절기를 언급하면서 시작하는 것은 구약과의 연관을 고려하는 것 같다. 구약의 성취로서 성령임함은 누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중요한 모티브이다.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것으로 곧이어 나오는 2장14절 이하에 베드로의 설교를 들 수 있다. 베드로의 설교에서 성령임함에 대한 예언은 단지 예수의 승천시기를 넘어서 구약에게로 까지 소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율법서, 성문서, 예언서 등 구약의 많은 다른 예언들이 누가-행전 전반에 걸쳐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되고 있다.
2절, 3절에서 성령강림은 매우 구체적인 묘사로 표현된다. '바람'같은 것이 하늘로 부터 집안을 가득 채우고(2절), 불의 혀같은 것들이 갈라져 각 사람에게 임한다(3절)는 표현은 매우 현상적이고 구체적이다. 마찬가지로 누가복음 3장에서 예수께 성령이 비둘기 형체로 임하였다는 표현 역시 현상적이다. 이렇듯, 성령을 '비둘기', '바람', '불의 혀' 과 같은 시청각적인 표현으로 묘사하는 것은 누가의 독특한 성령에 대한 표현이다. 이것은 성령의 임함이 더욱 드라마틱하고 생동감있게 하는 것으로 다른 복음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묘사이다.
4절-6절에서 각기 다른 방언으로 말하는 것은 누가의 ‘지리적 구성’(Geography)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5절에서 천하각국으로 부터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인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가에게 있어서 복음의 출발점은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으로 부터 시작되는 복음은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까지 이르게 되어야 한다. 누가가 이렇게 예루살렘 지향성을 갖고 있는 것은 또한 역사적으로 유대교와의 대치적인 상황을 짐작케 한다. 예루살렘의 역사적 중요성이 유대교와의 관계에서 부각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령의 역사 또한 이러한 지리적 구성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루살렘에 모인 각국사람들은 성령에 의한 각기 다른 언어를 듣게 된다. 비록 오순절의 성령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었지만 곧 세계 각 곳으로 퍼져 나아가야 하는 것이 바로 누가의 모티브이다. 그러므로 누가는 이러한 모티브를 위해 특별히 지리적 구성을 누가-행전 전반에 깔고 있다.
9절에서 특별히 여러 지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지리적 구성이다. 이 지명들은 대체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언급되고, 또 북쪽에서 남쪽의 나라들로 차례대로 열거되었다. 이러한 지명의 구도 있는 열거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땅 끝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미리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누가복음에서도 복음이 유대와 사방으로 퍼진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4:14. 4:37, 6:17, 7:17). 여기서 사방은 바로 동서남북을 의미한다. 때문에 본문의 지명들은 바로 누가복음에서 말해준 ‘사방’의 실제 지명들이 된다. 그러므로 복음이 이러한 사방으로 퍼져나간다는 누가-행전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중요한 모티브를 본 절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16절 이하에서 요엘이 말한 대로 오순절의 성령의 임하는 모습은 역동적이다. 요엘의 약속은 '예언' 과 '환상'과 '꿈'이다. 그러나 여기서 누가는 이러한 모든 것과 방언을 동일시하고 있다. 모든 것이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예언이든 방언이든 성령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증거가 된다. 그러므로 성령의 임함이, 신비한 방언현상이 기이한 일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누가는 요엘의 예언을 연결시키고 있다. 25절 이하의 다윗의 시편은 누가복음과 함께 연결되어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과 함께 성령임함을 동일한 약속의 성취로서 연장선 안에서 바라보고 있다. 예수의 십자가, 부활은 시편에서 이미 예언된 것이고 성령임함 역시 예언의 성취이다. 또한 성령임함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방인에게 까지 이루어질 성취로서 언급된다. 36절에서 ‘온 이스라엘’은 39절에 와서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즉 하나님이 부르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이방인에게 까지 확장되는 성령임함의 약속은 후에 10장에서 이방인 고넬료의 집에 성령이 임하시는 사건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누가는 누가-행전 전체를 약속과 성취로서 구조화 하고 있다.
38절에서 성령을 받는 조건으로 회개하여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음으로 죄사함을 얻으라고 베드로는 설교한다. 여기서 ‘회개’는 누가의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이다. 누가에게 있어서 구원은 회개와 믿음으로 얻는 것이다. 때문에 성령받는 일이 이러한 회개와 연관되어 표현되는 것은 구원받는 사람이 곧 성령을 소유한 사람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성령을 받지 못한 사람은 참된 구원을 얻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성령 충만한 사람만이 복음을 전할 수 있다. 누가-행전에서 등장하는 모든 복음사역의 인물들은 성령 충만한 사람으로 언급되고 있다.(눅1:41, 1:67, 4:1, 행4:8, 5:32, 6:3, 6:5, 7:55, 11:24, 13:9) 그러므로 2장의 성령이 임하는 이야기는 복음사역자들이 선교를 위해서 준비되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41절에서 이러한 베드로의 설교를 통해 약 3000명의 성도가 늘어났다. 누가가 굳이 '3000'이라는 숫자를 사용하여 성도의 수를 표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누가는 숫자를 구체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의 명수는 누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누가복음 9장에서 예수가 12제자를 부르신 후에 곧이어 10장에서는 70명의 제자들을 세우게 됨으로서 제자의 수를 확장하여 밝히고 있다. 또한 사도행전 1장 마지막 부분에서도 굳이 맛디아를 뽑는 이야기를 넣어 12사도의 수를 확실히 한 다음에 120명의 문도들이 성령을 받는 다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것은 여기의 3000명이라는 숫자가 앞의 숫자들과 이어지는 맥락에서 표현되고 있음을 밝혀준다.즉, 그리스도인들은 수적으로 계속해서 확장되어야 하고, 온 세계에 퍼져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지역적인 확대와 함께 수적인 확대라는 누가의 모티브를 짐작케 한다.
47절 이하에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생활이 나온다. 44절에 서로 통용한다는 이야기는 후에 5장에서의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초대교회는 이렇게 서로 재산을 팔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한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음식을 같이 먹었다. 이러한 초기교회의 모습을 누가가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비그리스도인들과 달리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상을 누가가 요약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기사와 이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43절)
47절에 '구원받는 사람들을 더 하신다'는 내용 역시 누가의 수적 증가의 모티브를 드러낸다.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예루살렘을 떠나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예루살렘까지의 복음의 확대와 성도 수의 증가는 이제 2장에서 막을 내리고 3장에서 부터는 예루살렘 밖으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3장 초반부의 베드로가 앉은뱅이를 고치는 이야기에서 굳이 성전 문 곁에 구걸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넣은 것은 누가의 지리적인 모티브에 의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2장은 1장의 약속의 성취와 구약의 예언의 성취를 포함하는 성령 임함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각국의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 있는 지역적 구도를 설정하여 놓고,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땅 끝까지 전해질 복음의 출발을 알리는 이야기이다. 3장에서는 이러한 성령 받은 교회가 복음전파를 예루살렘 밖으로 시작해 나가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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