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신명기의 언약적해석

신명기2:17~3:11새시대,새출발

호리홀리 2015. 4. 6. 13:04

제1세대의멸절 이후    




16절에 1세대가 멸절되었다는 언급은 여러 면에서 이스라엘이 중요한 전환기를 맞게 되었음을 보여 준다. 첫째, 광야 유랑이 끝나면서 불순종하던 지난 세대는 사라지고, 순종하는 새 세대가 약속의 땅을 향하여 진행하게 된다. 둘째, 광야에서의 방어적인 전쟁에서, 이제 새로운 세대는 공격적인 전쟁을 수행하게 된다. 종주이신 여호와의 인도 하에 패배하도록 정해진 이스라엘의 적대 세력들을 적극적으로 정복해야 하는 것이다. 14절과 16절에 “모든 (출애굽 제 1세대의) 군인들이 멸절”되었다는 언급은 이러한 새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1. 요르단 동편 영토 점령(2:17~3:11)




출애굽 제2세대가 모압을 지나 약속의 땅을 정복하기 위해 전진하는 과정에 세 왕국과 맞서게 된다. 모압의 아르논 계곡을 건너면 헤스본 왕의 영토에 이르게 된다. 헤스본 왕 시혼은 아모리인으로서 이스라엘이 요단 동쪽 지역을 진행하기 이전에 남쪽으로는 모압을 아르논 골짜기 너머로 몰아내고 동쪽으로는 암몬을 얍복강 근원까지 물리친 후, 얍복강에서 아르논 골짜기 사이에 왕국을 세웠다. 시혼 왕국의 북쪽과 남쪽 경계는 얍복강과 아르논 골짜기로 인해서 지리적으로 분명하다. 그러나 동쪽 지역과 암몬과의 사이에는 경계가 될만한 지형상 장애가 없고 왕의 대로가 시혼 영토와 암몬 영토를 관통하고 두 왕국 사이에 경계가 더욱 모호해 질 수 있다. 그러므로 시혼과 전쟁할 때 자칫 암몬을 공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지리적 요인 때문에 시혼과의 전쟁 대목에서 암몬을 언급한 것 같다. 헤스본 정복이 서술된 17-37절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헤스본            




   A 기업으로 주지 않은 영토: 암몬                      17-23            

       B 여호와의 의도와 명령: 헤스본 왕의 영토를 차지하라   24-25  

            C 모세의 요청: 헤스본 왕에게 사자를 보냄            25-29      

            C' 모세의 요청이 거절됨                            30                

       B' 여호와의 의도 성취                              31-36          

   A' 이스라엘의 순종: 암몬 영토를 가까이 하지 않음          37      




이 평행구조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암몬의 영토를 지나서, 어떻게 헤스본 왕을 패배시켰는지를 보여주는데 주제는 이스라엘의 순종이다. 롯의 후손인 암몬에게 영토를 기업으로 주신 것은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창 12)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암몬을 자극하여 전쟁이 일어나는 일이 없게 하라고 지시하시며(A), 여호와께서 그 영토에 살던 강대한 토착 거주민들을 멸하시고 롯의 후손에게 기업으로 주셨다고 말씀하시므로(20-23절), 이스라엘이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한다(A'). 헤스본 왕의 영토를 차지하라는 여호와의 지시에(B) 순종하기 위하여 모세는 헤스본 왕에게 이스라엘이 그의 영토를 지나게 해주고 진행 중에 필요한 양식과 물은 돈을 주고 살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C) 거절당한다(C').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스라엘은 적극적으로 공격하여 여호와의 도움으로 헤스본 왕 영토를 차지하게 됨으로써(B'), 여호와의 정복 지시가(B) 성취된다.

        

여기에서 몇 가지 세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여호와께서 세일에서 호리 사람들을 쫓아내신 것같이 암몬 영토에 거하던 강대한 토착 거주민인 르바임 - 암몬 사람들은 그들을 삼숨밈이라 불렀다 - 을 몰아내시고, 그들의 영토를 암몬 사람들에게 기업으로 주셨다(20-22절). 그런데 암몬과 에돔 사람들을 위해 여호와께서 개입하신 것과는 달리, 23절에 갑돌 사람들이 약속의 땅 남서쪽 지역, 곧 가사까지 거주하던 아위 사람들을 멸하고 그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기술이 문맥과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여기에서 갑돌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이스라엘이 멸절해야 하는 가나안 민족들 중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이 점령해서 소유로 삼아야 할 땅에 거하고 있다. 여호와께서 암몬 영토와 세일에 거주하던 토착 거주민들을 멸하시고 롯과 에서의 자손들에게 그 땅을 기업으로 주셨다면, 언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갑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약속의 땅 남부 지역을 주실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진술이라고 볼 수 있다.

17절에 시작한 여호와의 진행 명령은 삽입구 같은 20-23절을 언급한 후에 24절에 계속된다.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아르논 계곡을 건너서 헤스본 왕 아모리인 시혼을 공격하라고 지시하신다. 이때 시혼의 왕국은 북쪽으로는 얍복강에서 남쪽으로는 아르논 계곡, 그리고 서쪽으로는 사해와 요단강 사이와 동쪽으로는 암몬과의 국경까지의 지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출애굽 제 1세대는 정탐꾼들의 보고를 듣고 여호와께서 그들을 아모리인들의 손에 넘기어 멸하시려고 이집트에서 구출하셨다고 원망했다(1:27). 그 후 38년이 지난 이제, 여호와께서 제2세대에게 아모리인들을 그들의 손에 넘길 것이니 시혼을 공격하라고 지시하신다(24절). 여기서 아모리인들뿐 아니라 그들의 땅이 이스라엘에게 넘겨짐으로써, 이스라엘은 땅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여호와께서 시혼을 이스라엘에게 이미 넘겨주셨으므로 적극적으로 공격해서 그 땅을 차지하라는 지시는 “거룩한 전쟁”(holy war)의 한 특성이다. 이러한 “거룩한 전쟁”의 결과로 이스라엘의 승리를 듣는 모든 민족들이 이스라엘로 인하여 떨며 근심하게 될 것이다(25절).

        모세는 아르논 계곡을 건넌 후 그데못 광야에서 시혼에게 사자를 보내어 대로를 따라 진행하고 필요한 물과 양식을 살 것이며 평화롭게 시혼의 영토를 지나갈테니 통행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한다(26-28절). 이 메시지에는 두 가지 의도가 강조되어 있다(29절). 첫째, 이스라엘은 이미 세일과 모압을 평화롭게 통과했다. 그들의 통행에 부수적인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쟁은 없었다(민 20:21; 신 23:4 참조). 세일과 모압에 대한 모세의 언급은 그가 단순히 시혼의 영토를 지나가기를 원했다는 점을 강조한다.둘째, 모세는 시혼의 영토가 그의 주요 목표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한다. 다시 말해서, 그의 목표는 요단강을 건너서 약속의 땅에 이르는 것이었다(신 3:29 하, “내가 요단을 건너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땅에 이르리라”). 모세의 간청에 대한 시혼의 거절은 성경적 세계관에 비추어 이해해야 한다. 성경의 세계관에 의하면 여호와는 모든 역사적 사건의 원인이 되시고 인간의 결정과 행동은 여호와의 도구이다. 역사의 주인이신 여호와께서 시혼의 땅을 이스라엘에게 주시려고 그의 마음을 완강케 하셨으므로 시혼은 모세의 간청을 거절했고 그 거절은 전쟁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 전쟁이 처음부터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나도록 작정된 것은 여호와께서 인간 역사의 영역에 개입하셔서 그의 백성을 도우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야하스에서 이스라엘은 시혼과 그의 아들들, 그리고 그의 군대를 패배시키고, 시혼의 영토 최남단, 아르논 골짜기 가장자리에 위치한 아로엘과 골짜기에 있는 도시와 시혼의 영토 북쪽 경계 길르앗까지 정복했다(32-36절). “우리가 높은 성읍을 취하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36절)는 언급은 가데스 바네아에서 정탐꾼의 보고를 듣고 반란을 일으켰던 출애굽 제1세대를 상기시켜준다(1:28). 그들은 대적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약속의 땅을 정복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거부했지만, 순종하는 제 2세대는 헤스본 왕의 영토를 정복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순종함으로써 여호와의 도우심으로 승리하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여호와께서 시혼과 그의 땅을 이스라엘의 손에 붙이셨다”는 네번(24, 31, 33, 36절)이나 반복되는 언급과 여호와의 계획과 개입에 발맞추어 이스라엘이 적극적으로 공격해서 승리했다(33-36절)는 언급은 모두 앞으로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약속의 땅 정복 전쟁에서도 그들의 종주이신 여호와께 순종하는 한 어떠한 장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거룩한 전쟁은 바산까지 확산된다.




2) 바산




   A 바산 왕 옥과의 싸움                                       3:1          

      B 여호와의 격려: 시혼에게 행하신 것처럼 바산 왕 옥을 넘기리라  3:2      

         C 여호와께서 옥을 이스라엘에 넘김                         3:3a          

         C' 이스라엘이 바산 왕 옥을 정복함                          3:3b-7          

      B' 요단 이편 땅을 두 아모리 왕으로부터 취함                   3:8-9    

   A' 바산 옥 왕의 영토를 차지함                               3:10-11              




첫 번째 거룩한 전쟁에서 본 것같이(2:17-37), 이 평행구조도 여호와의 개입과 이스라엘의 순종이 이룬 승리를 보여준다. 시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북쪽으로 진행하면서 바산 왕의 공격을 받지만(A), 그를 패배시키고 그의 땅을 차지하게 된다(A'). 이 평행 틀 속에서 보여주는 이스라엘의 승리는 여호와께서 시혼에게 행하신 것처럼 바산 왕을 이스라엘 손에 넘겨주시겠다는 여호와의 약속에 전제되어 있다(B). 이스라엘이 이 약속에 순종하고 나아간 결과로 약속대로 하나님께서 바산 왕 옥을 이스라엘 손에 붙이시므로(C) 두 아모리 왕의 영토를 모두 정복하고(B') 이스라엘은 모두 진멸하고 또 승리할 수 있었다(C').




비옥한 바산은 요단 동쪽 지역의 가장 북쪽이다. 지형적인 바산의 남쪽 경계는 야르묵강이지만 옥의 시대에는 길르앗 지역의 일부를 차지했던 것 같다. 바산은 약속의 땅을 정복하러 들어가려는 지점에서 상당히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이스라엘의 바산 정복이 꼭 필요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스라엘의 바산 정복은 이스라엘이 요단 서쪽에서 중요한 공격을 할 때, 오른쪽 측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앞으로 있을 약속의 땅 북방 지역(갈릴리 지역) 원정 시 바산으로부터 올 수 있는 저항을 사전에 제거해버린 의미가 있다.

바산 왕 옥과의 싸움은 야르묵 강의 한 지류에 있는 에드레이(3:1)에서 있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바산 왕 옥과 그의 백성, 그의 영토를 이스라엘에게 넘겨주셨다고 말씀하시고 시혼에게 행했던 것처럼 옥의 군대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라고 격려하신다(2절). “여호와께서 바산 왕 옥과 그 모든 백성을” 이스라엘의 손에 붙이셨고,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는 이스라엘은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3절). 아무리 견고한 도시일지라도 정복하지 못한 곳이 없었고 시혼의 왕국에 행한 것같이 모든 남녀노소를 전멸하고 오직 가축만 전리품으로 취했다(4-7절). 시혼과 옥의 두 왕국을 정복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아르논 골짜기에서 헬몬산까지의 영토를 차지하게 되었다(8-10절).

신명기 저자는 옥이 르바임 중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며, 그의 철 침상의 크기를 언급함으로써 옥의 강대함을 보여준다(11절).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시혼과 옥의 왕국의 정복에 대한 요약(8-10절)에 뒤이어 바산 왕 옥 개인에 관해 언급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11절). 아마도 2장에 나오는 모압과 암몬, 에서의 자손들이 거하는 영토의 이전 토착 주민에 대한 언급이 이스라엘에게 언약의 하나님 여호와를 전적으로 신뢰하도록 하는 목적이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르바임의 마지막 남은 자였던 옥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으니 앞으로 남은 약속의 땅 정복 전쟁은 종주인 여호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한 넉넉히 승리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제 2세대에게 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