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신명기의 언약적해석

신명기2:1-15,순종의 길

호리홀리 2015. 4. 6. 12:55

모압언약의 역사적 배경 (신 2:1~4:43) 



2:1~4:43에는 출애굽 제 1세대가 가데스 바네아에서 약속의 땅을 정복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에 불순종한 이후의 역사가 제1세대가 멸절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보여준다.




세일산 주위에서 세렛강까지(2:1-15)




2:1은 1:19과 평행을 이루며 2:14-15과 ‘봉투구조’(inclusio)를 이룬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서 가데스 바네아에서 출발하여(cf. 1:46), 홍해로 가는 길을 따라 광야로 진입하는 시점(2:1)에서 세렛강을 건너기까지의 세월이 2:14-15에 언급되어 있다.




1. 방향 전환(1-3절)




이스라엘은 가데스 바네아에서 약속의 땅으로 진입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에 불순종했기 때문에 남동쪽으로 되돌아 광야로 진행하여 약속의 땅에서 멀리 떨어져 세일산 주위에서 유랑하게 되었다. 여기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을 때 여호와는 북쪽으로 진행하라고 명령하신다. 이스라엘은 다시 약속의 땅에 가까이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2. 기업으로 주지 않은 영토 통과: 에돔




1) 에돔을 통과할 때 (4-7절)




세일산 주위에서 북쪽으로 진행하려면 에돔 영토를 지나야 했다. 이스라엘의 노정이 분명하지는 않다. 민수기 20:14-21에 의하면 모세가 가데스에서 에돔 왕에게 이스라엘이 에돔을 통과하는 왕의 대로로 지나가게 해달라고 간청했으나 거절당하고 에돔에서 돌이켰다. 그러면 북쪽으로 진행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어떻게 수행했는가?

2:8의 번역이 쉽지는 않다. 8절의 רבג ןויצעמו תליאמ הברעה רבדמ을 세 개의 독립된 전치사구로 이해한 개역성경은(NRS, ELB도 동일함) “아라바를 지나며 엘랏과 에시온 게벨 곁으로 지나 행하고 돌이켜 모압 광야 길로 진행”했다고 번역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아라바를 따라서 그 남쪽 끝에 위치한 엘랏과 에시온 게벨을 지나서, 에돔의 동쪽 사막 길을 따라서 진행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רבג ןויצעמו תליאמ הברעה רבדמ을 “엘랏과 에시온 게벨에서 뻗어 있는 아라바 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예, NIV). 이 해석을 받아들이면 “엘랏과 에시온 게벨을 지나서” 에돔의 동쪽 사막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진행했다고 보기보다는 아라바를 따라서 북쪽으로 진행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민수기 20:14-21에 비추어 보면, 이스라엘이 세일산 주위를 유랑하는데, 북쪽으로 진행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준행하기 위하여 에돔을 통과하는 “왕의 대로”를 통해 북진하기를 원했으나 허락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라바를 따라서 북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2:2에서 이스라엘은 세일산 주위를 유랑하고 있었는데, 지리적으로 사해 남쪽에서 엘랏과 에시온 게벨 사이에 뻗어 있는 함몰된 지역인 아라바는 에돔에 속해 있었다. 다시 말해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에돔의 서쪽 지역인 아라바를 따라 진행했다. 이 진행 과정에서 에돔 지역에 속해 있는 부논과 오봇을 경유하여 “모압 앞 해 돋는 광야 이예아바림”을 경유한 노정은 언급되지 않고(민 21:10-13; 33:42-44 참고), 2:8 후반절에 모압 광야 길로 진행했다는 언급이 2:13-14에 세렛 골짜기를 건너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스라엘이 에돔 지역을 진행할 때 에돔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두려워할 것이나 그들과 전쟁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4절). 그 이유는 여호와께서 에돔 영토를 에서에게 기업으로 주셨기 때문이다(5절). 비록 에서가 아브라함의 언약을 잇지는 않지만 아브라함의 후손으로서 한 민족을 이루는 복을 받았다(창 12:2 참고). 에서가 에돔에 정착한 내용이 창세기 36:1-8에 기록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언약의 하나님 여호와는 아브라함에게 준 약속을 실행하시는 하나님이시다. 그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이 에돔을 지나면서 필요한 식량과 물을 사서 먹으라고 지시하신다(6절). 그것은 여호와께서 40년 동안 이스라엘과 함께 하셔서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7절). 비록 이스라엘이 가데스 바네아에서 약속의 땅으로 진입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했기 때문에 약속의 땅에서 멀리 떠나 광야에서 유랑하게 되었지만 하나님은 그 40년 동안 그의 백성과 함께 하셔서 그들의 필요를 채우셨던 것이다.




2) 순종(8절상)




이스라엘은 북쪽으로 진행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실행하였다




3. 기업으로 주지 않은 영토 통과: 모압




1) 하나님의 명령: 모압 영토를 지날 때 주의점(8절 하-9절)




모압 광야 길은 모압의 동쪽 가장자리, 곧 거주하는 땅과 사막 사이에 있다. 이 모압 광야 길을 따라서 진행하는(8절 하) 이스라엘에게 여호와는 모압과 싸움이 일어나도록 자극하는 일이 없게 하라고 지시하신다. 그것은 모압도 약속의 땅이 아니며 여호와께서 롯 자손에게 아르(모압) 기업으로 주셨기 때문이다.  




2) 모압과 에돔에 거주하던 토착 주민(10-12절)




모압과 에돔의 토착 주민은 에밈과 호리인들이었다. 에밈은 그들의 장대함이 아낙인들과 비교되고, 이 두 민족들은 구약과 고대 근동의 문헌에 증명된 르바임과 동일시된다(10-11절). 창세기 14:5을 보면 르바임은 아스다롯 가르나임에 거주하고 있었다. 아하로니(Aharoni)는 아스다롯 가르나임을 갈릴리 동쪽 바산 고원에 위치한 아스드롯과 동일한 곳으로 간주한다. 신명기 1:4에 따르면 바산 왕 옥이 아스다롯에서 다스렸고 그가 르바임의 한 사람이라고 묘사된다(수 12:4; 13:12). 신명기 2:20에 의하면 르바임은 모압과 바산 뿐만 아니라 암몬에도 거주했다. 그러므로 르바임이 어느 시점에 요단 동쪽 전체 지역에 거주했던 것 같다. 그들은 강하고 수가 많고 장대한 사람들로 알려졌다. 한 예로, 바산 왕 옥은 길이가 아홉 규빗, 너비가 네 규빗인 철 침상을 필요로 했다(3:11). 요르단 서쪽 가나안에 살던 아낙 사람들도 르바임 출신일 수 있다(참고 신 1:28; 수 11:21-22; 15:13-14; 삿 1:20).  이스라엘은 가사, 가드, 아스돗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에서 아낙사람들을 몰아 내게 된다(수 11:22 참고). 예루살렘 서쪽에 위치한 ‘르바임 골짜기’라는 지명도 이러한 거인들의 존재를 지지한다(참고 수 15:8; 18:16; 삼하 5:18-22; 23:13).

호리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후리인들이라 간주되었으나 스파이서(E. A. Speiser)는 세일에 거하던 호리 사람들은(12절) 후리인들(the Hurrrians)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몇몇 학자들은 에돔에 살던 호리 사람들을 동굴-거주자(cave-dwellers)(ḥȏr)로 간주하고 이집트 메렌프타 석비(Merenptah Stele, c. 1225 BC)에 언급된 팔레스타인(hr = hurru)과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여호와께서 위의 두 토착 거주민들의 땅을 롯과 에서의 자손들에게 기업으로 주셨다는 말씀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신학적으로 중요하다. 모압은 아브라함의 조카인 롯의 후손이고 에서의 자손은 아브라함의 후손들이다. 롯의 자손이 한 민족으로 창성하게 된 것은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라”는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과 연관이 있다(창 12:3). 더 나아가 “내가 너로 심히 번성케 하리니 나라들이 네게로 좇아 일어나며 열왕이 네게로 좇아 나리라”(창 17:6)고 한 하나님의 약속이 비록 언약을 이어가는 자손은 아니지만 아브라함의 자손인 에서에게서도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창 12:3 참고).

어떤 학자들은 에서 자손이 호리 사람들을 멸하고 에돔에 거하게 된 것을(12a) “이스라엘이 여호와의 주신 기업의 땅에서 행한 것과 일반이었다”(12b)라고 비교한 것으로 보아 10-12절을 모세가 모압 평야에서 행한 설교보다 훨씬 후대의 것으로 간주하고, 12절은 신명기가 후대의 저작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단서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이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다. 메릴(Merrill)은 좀 더 설득력 있는 다음 세 가지 견해를 제시한다. 첫째, 12절 하반절에 사용된 완료동사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이미 성취된 것으로 표현하는 “예언적인 성취”, 또는 “성취에 대한 확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여호와께서 약속하신 땅을 기업으로 차지하게 될 것을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확신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나중에 하나님의 인도를 받아 10-12절을 삽입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삽입이 모세보다 훨씬 뒤에 추가되었거나, 또는 후기 마지막 저작(final composition)(fn)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셋째, 모세가 3:12-17에 요단 동쪽의 점령을 언급하고 있으므로 모세 자신이 10-12절을 썼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압과 에돔에 거주하던 토착 주민에 대한 10-12절의 언급은 약속의 땅을 눈 앞에 둔 이스라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나님께서 언약의 백성이 아닌 모압과 에서의 자손들에게 아브라함과 맺은 약속(창 12)을 지키셔서 그들에게 거할 땅을 기업으로 주셨는데, 하물며 언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아브라함의 언약을 지키지 않으시겠는가? 다시 말해서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땅을 이스라엘이 반드시 기업으로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3) 세렛 시내 횡단: 명령-순종(13절)




이제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지시에 따라 세렛 시내를 건넜다. 세렛 시내는 에돔과 모압을 자연스럽게 구분짓는 경계이다. 가데스 바네아에서 정탐꾼들의 보고를 듣고 반란을 일으켰던 제 1세대와는 달리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는 제 2세대 이스라엘을 여기서 볼 수 있다.




4. 새 시대의 도래(14-15절)




가데스 바네아에서 출발하여 세렛 시내를 건너기까지 38년이 걸렸고 이때는 출애굽 제 1세대의 모든 이들이 전멸된 시점이다. 이 언급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광야 유랑 시대가 끝났다. 둘째, 요르단 동쪽 지역과 가나안 정복 여부는 이스라엘의 힘에 있지 않고 여호와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사라졌으므로 이제부터 땅 정복의 성공 여부는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끄실 용사인 여호와께 달려 있다는 것이 출애굽 제 2세대에게 분명하게 인식되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 전쟁은 여호와가 싸우시는 여호와의 거룩한 전쟁이었다. 출애굽 제 1세대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