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스더(구속사)

에스더7장,반전

호리홀리 2016. 2. 18. 12:50

 아하수에로왕의 에스더에 대한 질문은, 첫 번째 잔치 때와 마찬가지로(5:6) 잔치상에 앉자 마자 던져졌을 것이다. 왕후 에스더의 요청 사항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하게 생각했던 아하수에로 왕이 술이 취하기까지 그 질문을 뒤로 미루었을 까닭이었다.

 

 왕후 에스더여 - 여기서 왕은 이처럼 '에스더'에게 '왕후'라는 경어(敬語)를 붙임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그녀에게 깊이 쏠려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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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는 그녀 자신의 소원이 무엇이냐는 왕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두 번씩이나 미룸으로써(5:4, 7, 8), 자신의 소청이 왕에게 흔쾌히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한 기회 혹은 분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5:4).

 

 내가...왕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었으며 - 문자적으로는 '내가 왕의 눈 속에서 은혜를 발견하였으면'이다. 그런데 이것은 다음에 이어지는 문구처럼, 상대에게 어떤 간청을 하기에 앞서 그 상대가 자신의 간청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기 위한  문구이다.

 

 내 소청대로 내 생명을...내 요구대로 내 민족을...주소서 - 이와 같은 이중적인 답변은, 아하수에로의 이중적인 질문(2)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Rawlinson). 그렇다고 한다면, '소청''요구'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듯이 '내 생명''내 민족'도 본질상 동일시되고 있다. 사실 '내 민족' 곧 유대 민족이 구원을 받지 못한다면 그 공동체의 일원인 '내 생명', 곧 에스더의 운명도 불보듯이 뻔했다(4:14). 아하수에로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 민족'을 구해달라는 말보다 '내 생명'을 구해달라는 말에 보다 충격받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제국의 왕후가 생명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할만큼 위험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은 '내 민족'보다는 '내 생명' 곧 왕후 에스더의 생명에 관심이 집중됐음이 분명하다. 에스더가 '내 민족'이라고만 하면서 자신의 민족이 구체적으로 어떤 민족임을 밝히지 아니했는데도, 왕이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아니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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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내 민족이 팔려서 - 이것은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려는 하만의 계획이, 왕에게 '은 일만 달란트'를 약속함으로써 왕에 의하여 승인되었던 사실을(3:-10) 염두에 둔 말이다. 바로 이 같은 언급을 통하여, 에스더는 은 일만 달란트 때문에 자신의 민족에 대한 대량 학살을 승인한 왕을 암시적으로 원망하고 있다.

 

 죽임...도륙...진멸함을 당하게 되었나이다 - 유대인 대학살과 관련된 왕의 조서속의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3:13)라는 내용에 상응하는 문구이다. 따라서 이것도 유대 민족 대학살을 승인한 왕에 대한 암시적 원망이라고 볼 수 있다.

 

 대적이 왕의 손해를 보충하지 못하였으리이다 - 이 구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본문은 매우 애매하기 때문에 번역상에 난점이 따른다. RSV'우리에게 닥친 곤경이 왕에게 미칠 손실에 비교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옮겼으며, NIV'그와 같은 고난이 왕을 혼란스럽게 해드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히브리어 원문상으로는 이 두 가지 번역이 모두 가능하며, 이 둘 중 어느 것을 취하더라도 나타내고자하는 의미는 거의 일치한다. , 에스더는 유대인들이 차라리 노예로 팔려갔더라면 왕에게 그토록 손실이 되거나 왕을 괴롭히는 일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있는 것이다(Huey). 개역 성경의 번역은, '곤경', '고난'으로도 번역될 수 있는 히브리어 '차르''대적'으로 옮긴 경우로서 이 역시 가능하다. 사실 아하수에로왕은, 하만이 준 은 일만 달란트로 유대인들이 학살됨으로써 발생되는 여러 손해들을 보충하려는 생각을 갖고 었었다(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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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아하수에로 왕의 분노는 (1)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 왕후 에스더와 그의 민족을 죽음에 빠뜨리려 했다는 것(3, 4), (2) 자신에게 큰 손해를 입히려고 했다는 것(4)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하수에로 왕은 자신과 직접 관계되는 (1) (2)의 두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이런 일을 도모하려고 하는 자를 극형에 처하게 하려했을 것이다.

 

 왕이 일러 가로되(, 아마르 하멜렉...아마르) - 히브리 원문대로 한다면 '왕이 말하고 말하였다'이다. 따라서 본 문구는 아하수에로 왕이 극도로 불쾌하며 흥분한 상태에서 다음의 이어지는 문구의 말을 하였음을 시사한다.

 

 이런 일을 심중에 품은 자가 누구며 - 에스더가 자신과 자신의 민족이 돈에 팔렸다고 하는 등(4) 많은 암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하수에로 왕이 누가 에스더와 그 민족을 해치려고 했는지를 몰랐던 것은 약간 기이하다. 하지만 하만은 유대인을 학살하려는 계획을 왕에게 제시하면서 다만 '한 민족'이라고 말했기 때문에(3:7-11), 아하수에로 왕은 실제로 어떤 민족이 학살을 당하게 되는지 분명히 알려고도 하지 않고 하만에게 전적으로 일임해 버렸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관해 또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당시까지만 해도 아하수에로는 에스더가 유대인임을 몰랐기 때문에 하만이 그 사건의 주범인 줄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어디 있느뇨 - 본질상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과 같은 동일한 대답이 요구되는 질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반복적 질문을 통하여, 그때 아하수에로 왕이 에스더의 소청을 전적으로 들어줄 마음 자세를 갖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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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적과 원수는 이 악한 하만이니이다 - 에스더는 이같이 하만을 아하수에로 왕에게 고발하기 위하여, 하만을 두 번씩이나 자신의 잔치에 참여시켰었다(5:4). 또한 에스더는 왕의 전적인 호응을 얻어 하만을 담대히 고발하기 위하여, 두 번씩이나 자신의 소청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하나님의 지혜에 따라 기회를 엿보아 왔다.

 

 하만이...두려워하거늘 - '하만'은 에스더와 그 민족을 해하려고 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에스더의 말을 듣고도, 설마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하만은 그 '어떤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에스더의 갑작스런 지적을 받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는 모사들의 불길한 예언(6:13)과 자신이 처한 그 시점의 상황을 아울러 생각해 보고 심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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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노하여 - 아하수에로 왕은 에스더와 그 민족을 해하려 하며 왕에게까지 큰 손해를 입히려는(4) 어떤 사람이 있다는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도 상당히 흥분되어 있었다(5). 그러나 그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가 밝혀지자 왕의 흥분은 마침내 폭발하여 진노로 변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왕의 분노가 극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결국 왕에게 손해될 그 일이 자신이 아꼈던(3:1) 측근 신하에 의해 기도(企圖)되었다는데 있었다.

 

 잔치 자리를 떠나...후원(後苑)으로 들어가니라 - 여기서 '후원'은 왕궁 주변의 넓은 정원을 가리킨다(1:5). 그러면 왕이 이같이 정원으로 나간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를 설명하려는 여러 견해들은 다음과 같다. (1) 그곳의 나무들을 도끼로 찍음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진정시키려는 것(Second Targum), (2) 하만의 미운 얼굴을 더 이상 보지 않으려는 것임(J.S. Menochius), (3) 하만에 대해서 어떤 형벌을 내려야 할지를 결정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는 것(Schultz, Rawlinson, Haupt), (4) 여전히 하만을 총애했던 나머지 그에게 형벌내리기가 곤란하였기 때문이라는 것(J.Drusius), (5) 술과 분노로 몸이 달아 올라서 찬 바람을 쏘임으로써 몸과 마음을 식히려는 것(E. Bertheau, C. Siegfried)등이 있다. 그러나 첫째, 왕궁 후원은 왕이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매우 적절한 곳이라는 사실 둘째, 본 문구 다음에는 왕이 하만을 죽이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볼 때, (3)의 견해가 가장 타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왕후 에스더에게 생명을 구하니 - 하만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애걸한 것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의 '구하니'(, 바카쉬)2절의 '요구'와 동족(同族)의 단어이다. 본서의 저자는 이 단어를 자신의 생명을 구원키 위한 하만의 노력에 대하여도 사용함으로써, 에스더와 하만의 입장이 완전히 반전(反轉)됐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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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이 에스더의 앉은 걸상 위에 엎드렸거늘 - 혹자는 하만이 걸상에 앉아 있는 에스더의 발치에 엎드려서 간청을 하고 있었다고 본다(Paton, Keil). 그러나 히브리 원문상 위에 '걸상 위에'(, 알 하미타)는 문자 그대로 이해되어야 자연스럽다. 하만은 에스더가 앉아있었던 긴 걸상의 옆부분에 자신의 상체를 올린채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하만이 처음부터 이같은 식으로 에스더에게 자기 목숨을 위한 간청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만은 왕이 후원에 나감과 동시에 어느 정도 거리 간격을 두고 에스더에게 간청을 했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급함도 더하여져서 나중에는 에스더 가까이까지 접근하게 되었을 것이다.

 

 왕이 가로되 저가...왕후를 강간까지 하고자 하는가 - 아하수에로 왕이 실제로, 걸상 위에 엎드려 있는 하만의 모습을 에스더에 대한 '강간' 행위로 오해한 것은 아니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그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강간을 하려는 의사를 가질 수 있겠는가? 다만, 아하수에로 왕은 후원에서 하만을 극형에 처하기로 결심하고 여전히 분을 식히지 못한 채 잔치 자리로 돌아오던 중, 하만의 그 같은 모습을 보고는 하만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을 표시하였던 것이다.

 

 무리가 하만의 얼굴을 싸더라 - 고대 중근동 국가들에서는, 왕의 비빈이나 왕후에 대한 타인의 접근을 엄격히 금지하는 법이 있었다(Baldwin). 따라서 왕이 어떤 사람을 향하여 '왕후를 강간까지 하고자 하는가'라고 외친 것은, 곧 그 사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죄인의 얼굴을 '싸는', '가리는' 행위는 정죄받은 죄인은 더 이상 빛을 볼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따라 고대 국가들에서 이루어졌던 보편적인 관행이었던 것 같다(Rawlinson). 그리고 '무리'는 당시 왕을 보좌했던 내시들을 가리킬 것이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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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을 그 나무에 달라 하매 - 왕은 아직 하만을 어떻게 처형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왕은 내시 하르보나의 보고에 따라 바로 이 같은 형벌을 하만에 내리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하만은 모르드개를 달기 위하여 세운 높은 나무에 자신이 매달리게 되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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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을 다니 왕의 노가 그치니라 - 형벌의 선고와 집행 사이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 흘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가 없다. 그러나 왕의 진노의 정도를 보아 즉시로 형이 집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Hu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