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스더(구속사)

에스더5장,오직 믿음으로

호리홀리 2016. 2. 12. 07:09

금식을 시작한 지 삼일째 되던 날이었다(4:16). 그런데 '제 삼일'은 성경에서 종종 '소망의 날'로 언급되곤 한다(왕하 20:5 ;6:2 ;24:1-10 ;고전 15:4).

 금식을 하는 동안 에스더가 모르드개처럼(4:1) 굵은 베옷을 입고 재를 무릅쓰는 등의 모습을 하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케 해준다(Targum, Rawlinson). 이제 왕앞에 나아가기 위해 에스더는 '왕후의 예복'을 입었을뿐만 아니라, 몰약이나 향품 등으로 자신의 몸을 정결케(2:12)했을 것이며(OidLatin Version), 또한 귀금속으로 몸을 장식했을 것이다(Targum).

 

 '왕궁 안뜰'은 왕이 '보좌'에 앉아서 정무(政務)를 보는 방의 바로 바깥 부분이었다. '안뜰'(, 하체르)이라는 단어의 용례를 통해서 볼때(27:9 ;왕하 21:5), 여기의 '왕궁 안뜰'은 실내(室內)가 아니라 노천(露天)의 공간이며 그 바닥에는 아름다운 여러 색깔의 돌들이 깔려있었다(1:5, 6). 에스더가 이 자리에 자의적으로 들어선 것 자체가 이미 규례를 어긴 것이었므로 이제 왕의 처분에만 맡길 수밖에 없었다(4:11). 한편, '왕궁'은 전체 왕궁 중 오직 왕의 처소와 정무실(政務室)이 있는 협의적 의미의 한부분을 가리키며 '어전'(, 베이트 하멜력)은 문자적으로 '왕의 집'을 뜻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는 왕의 정무실을 가리킨다.

 

 '보좌'(, 키세말쿠트)'왕좌'로 번역함이 보다 정확하다. '보좌'는 왕의 정무실 안쪽의 거의 가운데에 위치했고 그 아래는 몇 계단밖에 안 되는 짧은 층계로 이루어져 있어서 왕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높은 곳에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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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히 사랑스러우므로 - 문자적으로 '그녀는 그의 눈 속에서 은총을 불러일으켰다'는 뜻이다.

 

 금홀을 그에게 내어미니 - 이것은 부름받지 못한 채 왕에게 접근한 사람에게 형벌을 내리지 말라는 뜻의 상징적 행위였다(4:11).

 

 에스더가 가까이 가서 금홀 끝을 만진지라 - 자신의 간청이 허락됐을 때 그 같은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의 옷자락을 만졌던 헬라 사람들의 습관과 대동 소이하다.(Rawlinson). 한편, 벌게이트역은 에스더가 '금홀' 끝에 키스를 했다고 번역하나 의미상의 차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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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소원이 무엇이며 - 아하수에로 왕의 이 같은 즉각적 반응은 자신의 호출도 없이 이처럼 갑자기 나아온 에스더에게 어떠한 긴박한 사정이 필연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였다. 사실, 그렇지 않고서야 죽음을 무릅쓰고 왕에게 나아갈 이유가 없었다(4:11). 본 문구의 문자적 의미는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 '이다.

 

 요구가 무엇이뇨 - 앞의 문구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한 질문이다(Paton). 아하수에로 왕은 이러한 반복적 질문을 통하여, 에스더에 대한 자신의 호의를 표시하며 또한 에스더의 어떠한 간청도 반드시 들어줄 것이라는 의지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라의 절반이라도...주겠노라 - 이는 고대 중근동의 군왕들이 상대의 소원을 적극적으로 들어주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했던 상투적 어구이다(6:23 ). 따라서 이를 문자적 의미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일례로 아하수에로 왕이 아르타인톄(Artaynte)라는 여자에게 바로 이러한 말을 했을 때 그녀가 그것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여 실제로 그에게 나라의 절반을 요구하자, 그가 매우 난처해 했었던 적이 있다(Herodotus, ix, 109).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중근동의 왕들이 자신의 권세를 자랑하기 위해서, 상대의 간청 그 이상으로 그 요구를 들어준 경우는 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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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잔치를 베풀었사오니...하만과 함께 임하소서 - 에스더가 이처럼 잔치 참여만을 소원한 것은, 자신의 본격적 요청을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마련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만일 느닷없이 하만의 음모를 폭로하면서 유대인들의 구원을 간청할 경우, 왕의 반발을 사서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더구나 유대인 대학살이 실행될 날짜(3:7, 13)가 무려 11개월 씩이나 남아있음을 알고 있었던 에스더는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본절과 같은 에스더의 요청은, 그녀의 소심성을 말해준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녀의 신중함과 치밀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있다. 그러면 에스더가 '하만'도 함께 잔치에 참석하기를 바란 까닭 무엇일까? 이는 '하만'이 있는 곳에서 '하만'의 음모를 왕에게 폭로함으로써 나중에 그가 다른 소리를 못하게끔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왕후가 베푸는 잔치에 왕 이외의 오직 한사람, '하만'만이 초대된 것은 특이한 일이었다. 그러나 '하만'이 그 당시 아하수에로 왕에 의해서 특별히 총애받는 신하였음(3:1)을 감안한다면, 오직 그 만이 초대된 데 대하여 이상한 눈으로 볼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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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을 급히 부르라 - 왕이 이처럼 에스더가 베푼 잔치에의 참석을 서두른 것은, 에스더의 자신에 대한 요구가 무엇인지를 빨리 알고 싶었던 마음에서였음이 분명하다.

 

 왕이 하만과 함께...잔치에 나아가니라 - 에스더가 왕에게 나아가서 잔치 참석을 요청한 일은 결코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왕에게 나아가기 전에 이미 잔치배설(排設)을 시녀들에게 준비시켰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더는 잔치 참석을 요청한 그 당일에 왕과 하만을 잔치 자리로 맞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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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치의 술을 마실 때에 - 이것은 왕이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한 후를 가리키기 보다는 오히려 '잔치 상에 앉아 술을 먹기 시작할 즈음에'의 뜻으로 이해하면 좋다. 아하수에로는 잔치에 참석하기 전부터 에스더가 자신에게 어떤 소원이 있는지를 대단히 궁금하게 생각했던(5)터라 잔치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에 들어갔을 것이다.

 

 곧 허락하겠노라 - 에스더의 소원을 처음으로 질문하는 3절에는 없는 문구이다. 아하수에로 왕은 이 같은 말을 추가함으로써, 에스더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의지가 더욱 굳어졌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것은 유대인을 구출해 달라는 에스더의 본격적 요청이 받아들여질 만한 기회가 점차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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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가 왕에 대한 간청을 다시 뒤로 미룬 것은 소심했기 때문이 아니다. 에스더는 하나님께 대한 금식 기도(4:16)의 결과 하나님으로부터 온 특별한 지혜에 따라서, 왕으로 하여금 자신의 결정적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할 만한 방법을 터득하였을 것이다. 이같은 방법의 터득은 왕에게 최초로 나아가기(2) 전의 일이었다. 에스더는 이처럼 사전에 준비된 계획과 방법에 따라서, 왕에 대한 자신의 요청을 다시 뒤로 미루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에스더가 이같이 함으로써 에스더에 대한 왕의 애착과 염려는 더 깊어졌고, 모르드개를 위시한 유다인의 운명과 하만을 비롯한 대적들의 운명이 더욱 극적으로 반전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6).

 

 내일은 왕의 말씀대로 하리이다 - 그 다음의 잔치에서 자신의 소원이 무엇인지를 밝히겠다는 뜻이다. 사실 에스더가 왕의 사랑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왕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지 않은 채 계속 차일 피일 미룬다면 결국 왕의 진노를 사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에스더는 바로 그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왕의 사랑이 절정에 이르게 될 그 다음날 유대인을 구원해 달라는 요청을 왕에게 하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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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이 마음이 기뻐 즐거이 나오더니 - 이와 같은 하만의 '즐거움'은 많은 신하들 중 오직 자신만이 왕후로부터 잔치에 초청을 받은 연고였다.

 

 모르드개가...일어나지도...몸을 움직이지도 아니하는 것 - 여기의 '일어나지도', '모르드개'가 자신의 고유한 직무와 관련하여 대궐문에 앉아 있었음을 시사한다(2:19, 21 ;3:2, 3 ;5:13;6:10). 아무튼 이것은 앉아있던 사람이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취하는 최초의 동작이다. 한편, 움직이지도'(, 주아)는 원래 '두려워하다' 혹은 '떨다'의 의미이다(12:3). 모르드개는 유다인 학살 계획의 원흉인 하만과 대면하고서도 조금도 두려운 내색을 하지 않았으며 도리어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심히 노하나 - 3:5에서도 '하만'에 대하여 이 관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금번에 하반은 오직 자신만이 왕후 에스더의 잔치에 초청을 받음으로써 극도의 자만심에 빠져 있었던 상황에서 모르드개의 불경한 태도를 목격했기 때문에 그 분노가 이전(3 ;5)보다 더욱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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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집에 돌아와서 - 이것은 그때 하만이 어쩔 수 없이 취했던 태도였다. 비록 모르드개가 하급 관리였지만(2:9), 왕의 승락도 없이(14) 그를 죽이는 일은 곧 자신에게 오히려 화()를 초래할 수 있었다. , 만일 하만이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은 일로 모르드개에게 감정적 보복을 할 경우, 그 사실이 왕에게 알려질 것이고, 왕은 이에 따라 하만의 유대인 대학살 제안(3:8, 9 )이 모르드개에 대한 개인적 원한에 기인한 것이었음을 간파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하만은 극심한 불쾌감에도 불구하고 모르드개에 대한 사형(私形)을 자제해야만 했다.

 

 그 친구들과 그 아내 세레스를 청하여 - 하만도 왕처럼(1:14) 자신의 주변에 모사들을 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3:7). '그 아내 세레스'도 하만의 모사 역할을 했던 것 같다(Paton). 하만이 같은 사람들로부터 모르드개에게 적절히 복수할 계책을듣기 원했을 것이다(14). 한편, '세레스'는 바벨론의 여성 주신(主神)의 이름 '시리스'(Siris)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 듯하다(Je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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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의 부성(富盛)한 영광 - 하만의 재산이 엄청나게 많았던 사실과 관련이 있다. 그가 얼마나 부자였었는지는, 그가 유대인 학살비용의 충당을 위하여 왕에게 무려 은 일만 달란트를 주려고 했던 사실(3:9)을 통해서도 알수 있다. 물론 하만이 유대인들로부터의 약탈물로 그 비용을 마련하려고 했었음도 사실이었지만(3:9). 그에게도 엄청난 재물이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만일 왕이 하만에게 그만한 돈이 없다고 봤다면, 그가 은 일만 달란트를 바치겠다는 제안을 비웃고 말았을 것이다.

 

 자녀가 많은 것 - 고대 중근동 사람들에게 자식의 유무(有無) 혹은 다소(多少)는 경제적 부강 만큼이나 자랑거리였다(16:4 ;30:1 ;삼상 1:6). 하만은 자녀 특히 아들이 최소한 '열 명'은 되었었다(9:12).

 

 왕이 자기를 들어...높인 것 - 3:1 주석을 참조하라.

 

 다 말하고 - 여기의 '말하고', 예사페르)는 원래 '계산하다'를 뜻하는 동사 '사파르'의 강조형으로서, 어떤 특별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듯 알리는 것을 가리킨다(12:8 ;15:17 ;78:4). 그러나 이 같은 문자적 의미 이외에 본 문맥에서는 '자랑하다'의 뜻도 포함되어 있다(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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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드개가...대궐 문에 앉은 것 - 모르드개가 살아 있어서 하만에 대한 경배를 계속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9;3:2).

 

 이 모든 일이 만족하지 아니하도다 - '이 모든 일' 은 하만이 11, 12절에서 늘어 놓았던 세 가지의 특별한 자랑 거리들을 가리킨다. 한편, '만족하지 아니 하도다'3:8에서는 '무익하니이다'로 번역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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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 규빗 - 23m 정도이다.

 

 내일 왕에게 모르드개를 그 나무에 달기를 구하고 - 왕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모르드개를 처형시키도록 하라는 조언이다. 그런데 이처럼 '모르드개'를 무려 23m나 되는 높은 나무에 매달아 놓으려고 한 까닭은, 모든 사람에게 '모르드개'가 거기에 못박혀(2:23) 비참히 죽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 의도때문이었다. 물론 하만은 '모르드개'가 비참히 죽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복수심으로 이글거렸던 자신의 잔학성을 만족시키려한 것도 분명하다.

 

 즐거이 잔치에 나아가소서 - 이것은 하만이 잔치에 참석한 후 기분 좋게 대궐 문을 나오다가(9)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아니한 모르드개로 인하여 그 좋았던 기분이 잡쳐졌던 사실(9, 13)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명하여 나무를 세우니라 - 하만이 이처럼 모르드개의 일을 왕에게 알리기도 전인 그 당일에 '나무'를 세운 것은, 모르드개를 죽이겠다는 자신의 뜻이 왕에 의해 반드시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1) 하만은 모르드개가 왕후 에스더의 사촌 오빠임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2) 수 많은 유대인 학살 계획까지도 승인해줄 정도로 잔인한 아하수에로 왕이, 일개 하급 관리 한 사람을 죽이게 해달라는 하만의 요청을 거절할 까닭이 없었다. 더구나 하만이 죽이게 해달라고 요청한 모르드개는 머지 않아 집단 학살되게끔 결정되어 있는 유대인이 아니었던가 ! 아무튼 이에 따라 모르드개는 그 다음날이면 꼼짝없이 나무에 못박혀 죽임을 당할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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