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강좌/쿰란 공동체의 사본들

하박국 주석의 특징과 교훈

호리홀리 2015. 3. 9. 15:12

하박국 주석의 특징과 그 교훈

 


 

하박국 주석 두루마리의 앞 부분은 현존하고 있지 않으나, 이 두루마리의 하박국서 해석이 1장 1절에서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맨 마지막 쪽(제 13쪽)이 아래에 큰 공간을 두고 끝난 점을 미루어 보아 이 두루마리는 2장 마지막 절(20절)에서 그 끝을 맺고 있는 것 같다. 사실상 하박국 제1-2장은 예언이 그 주요 내용이요, 제3장은 앞장들과는 달리 선지자 하박국 자신의 기도를 담고 있다. 만일 이 하박국 주석 두루마리가 정말로 2:20에서 끝나는 것이었다면, 당시 쿰란 공동체가 소유했던 성경 속에는 하박국서가 2장까지만 있었거나, 아니면 주석가의 필요에 의하여 2장까지만 주석을 하고 말았을 수도 있다.

 


 

이 두루마리는 선지자의 예언을 해석함에 있어서 누누히 그것을 자기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두루마리의 주석가에 의하여 반복적으로 쓰인 낱말은 '페셸'이다. 우리 말로 무어라 적절히 번역하기가 힘들지만(필자는 이것을 단순히 '의미'라고 번역하였다), 두루마리에서의 용례를 통해 볼 때 히브리어 '페셸'은 해석, 적용, 주해 등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용어이다. 이 낱말은 다니엘서의 아람어 부분중에 자주 등장하는데(2:7, 9, 15, 16, 24, 25, 30 등 무려 31 차례), 특별히 꿈의 풀이와 연관되어 사용되었다. 주석가는 예언 가운데 숨겨 있는 뜻을 - 이것은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알려진 것이다 - 공동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전달하여 준다.

 


 

본 두루마리의 주석 전개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작가는 성경을 한 절씩 한 절씩(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절의 구분은 상당히 후대에 이르러 시작된 것임을 잊지 말 것) 인용한 후, 바로 자기의 설명을 덧붙인다. 이때 성경 인용문과 해설문 사이를 연결할 때 주로 쓰이는 문구가 바로 '페셸'이라는 낱말을 담고 있는 '이것의 의미는'이다.

 


 

이 두루마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때, 이 쿰란 공동체의 주석가는 성경 본문을 강해식으로 하나하나 풀기보다는 자기들이 보는 각도에서 현실 역사를 설명하고자 하박국서를 도입하여 이를 자기들의 종교적 입장에 맞추어 적절히 풀이하였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의의 스승'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이 두루마리의 주석가 자신이 속한 쿰란 공동체를 대표하며, '악한 제사장'이나 '거짓 설교자'는 예루살렘을 그 본거지로 삼고 있는 당대의 유대교 중심 세력을 겨냥하고 있다.

 


 

이 주석가의 해석에 의하면, 현재 고난 당하는 '의의 스승'과 그의 추종자들은 결국에 가서는 영광의 승리를 거둘 것이요, 현재 세력을 얻어 방자하게 악행과 불법을 일삼는 '악한 제사장'은 심판 날에 가서 멸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하박국 주석서 뿐만 아니라 쿰란 공동체의 문헌 전반에 걸쳐 면면히 흐르고 있다. 따라서 이 두루마리에 흔히 나오는 '의의 스승'이나 '악한 제사장' 등의 개념은 하박국서 자체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쿰란 공동체 사람들의 종교 생활에 있어서 흔히 쓰였던 용어들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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