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공관복음의 제자도

4. 마태복음의 사회적 배경

호리홀리 2015. 2. 26. 13:21

4. 마태복음의 사회적 배경
그렇다면 왜 마태복음에서는 이 배움 및 교육이 제자도의 특성으로 강조되어 나타나고 있을까? 이 문제는 마태공동체의 사회적 상황(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마태교회는 원래는 유대-헬라적 배경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여진다. 즉 유대인이 중심이 되되 그 장소는 헬라 문화권 내의 한 도시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우선 마태복음에서 도덕적 율법의 열심있는 준수가 요구되고 있으며, 또한 구속사적 계획에 있어서 이스라엘의 부동(不動)의 위치가 확인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교회 공동체 내에 이방인이 점증하게 되었으며 이로인해 보편적 세계관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보여진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두가지 위험이 발발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인들을 위한 사도인 바울의 가르침을 왜곡하여 도덕적 율법의 요구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여 이를 거절하는 반율법주의(反律法主義; antinomianism)가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cf. 롬6.1이하; 롬3.8, 31). 이런 반율법주의가 마태공동체 내에 발생하였다는 증거는 마태가 특별히 다른 복음서기자들보다도 의(義)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겠다(5.20; 6.33; 13.43, 49; 25.31-46). 이와 관련하여 여기서 우리는 마태 공동체의 사회적 배경의 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즉 마태의 교회는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의 교회로의 유입(流入)을 통하여 율법의 실천을 경시하는 도덕적 해이(解弛)가 들어서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바울의 교훈을 잘못 이해한 무리들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은혜의 시대에 더이상 율법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와 함께 윤리적 무관심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응하여 마태는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음을 지적하면서 엄격한 윤리의 준수를 강조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마태는 제자들의 목표는 온전(perfection; )에 이르는 것이라고 진술하였다(5.48). 여기서 우리는 마태복음에 있어서의 의는 바울신학적 의미, 즉 구원의 계획 속에서의 칭의적 개념의 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의 윤리적 실천으로서의 의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cf. 5.20; 23.3). 요컨대 이 의는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신 윤리의 핵심적인 목적인 것이다.

둘째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 점증하게 되면서, 이들은 아예 교회의 유대적 잔재를 제거코자 하였으며, 이와함께 또한 교회의 역사적 구속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소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마르시온 이단의 경우가 한 실례이다). 이는 바로 영지주의가 옹호한 정책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마태는 우선은 "구원은 유대인으로부터" 나옴을 분명히 못박으며 이와 관련된 특정적 경향, 즉 유대인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기사들을 소개하였다(10.5, 6, 23; 15.24). 그러나 동시에 이방인들의 구원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 보이는 보편주의 역시 마태복음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우리는 발견한다(8.11; 21.43; 24.14; 26.13; 28.18-20). 요컨대 이 대립적 강조점이 균형을 이루며 소개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태는 그 교회 내의 대립적인 두 부류의 구성원들, 즉 본래부터의 멤버들이었던 유대인들과 후에 교회로 유입된 이방인들 모두를 포용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균형있게 소개함으로써, 다른 복음서에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마태 공동체의 사회적 상황과 관련하여, 우리는, 비록 유대인들이 숫적으로 우세하기는 하나, 이방인들 엮시 결코 무시될 수 없을만큼 존재하였던 곳이 바로 마태공동체였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상황 하에서 왜 마태는 배움을 제자들이 따라야 할 마땅한 도리로서 제시하려 하였을까? 이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할 수 있겠다.

첫 번째 이유는 정체성 확립의 이유이다.

먼저 유대인들에게는 오랫동안 유대교에 몸담고 있다가 새로운 종교인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면서 회당으로부터 분리되었기에 아마도 이에 따른 정체성(신분) 문제가 상당히 큰 잇슈였을 것이다. 한편 이방인들에게도 오랫동안 이교도로 있다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면서 종교적, 문화적 변화에 따른 정체성 문제가 엮시 중요하게 간주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하여 마태는 그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들의 새로운 신분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배움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바로 알 때에, 즉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되어있을 때,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공격과 도전에도 흔들리거나 요동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며, 그리하여 아마도 이것이 마태복음에서 제자로서의 그리스도인들이 갖추어야 할 우선적 요소로 제기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이유는 도전에 대한 응전(應戰)의 이유에서이다.

이것은 첫 번째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회당으로부터 분리된 기독교인 마태의 공동체는 계속하여 유대교로부터 박해를 받았을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외부의 핍박에 대한 응전을 위해서는 자신이 믿는 도리에 대한 배움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그 다음의 관심사는, 이상의 두 가지 이유에서 마태의 그리스도인들이 배워야 한다면, 무엇을 그리고 어떤 내용을 배워야 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마태복음의 구조 및 내용과 관련하여 이미 널리 알려진 바 다섯 개의 설교 묶음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천국 시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그에 합당한 윤리에 대해서는 [산상보훈](마5장부터 7장까지)이 제공된다. ② 전도(선교)할 때 기억해야 할 규례 및 태도에 대해서는 10장의 [파송설교]가 주어진다. ③ 천국 시민으로서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알아야 할 천국의 성격에 대하여는 13장의 [천국에 관한 비유설교]가 제공된다. ④ 교회라는 신앙공동체 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 및 질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정신적 자세에 대한 가르침으로 18장의 [교회설교]가 기록되어 있다. ⑤ 마지막 때에 되어질 일들과 최후 심판에 대하여 24장과 25장의 [종말론 설교]가 소개되고 있다.



5. 맺는 말
마태공동체는 내외적(內外的)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에 있었다. 외적으로는 그로부터 분리해 나온 유대교로부터의 지속적인 박해와 공격이 있었고, 내적으로는 공동체가 속하여 있는 지역에서 교회 안으로 들어 온 이방인들에 의해 야기된 반율법주의 풍조가 상당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 하에서 이제 갓 태어난 마태의 기독교 공동체는 무엇보다 자신들의 새로운 신분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요청되었고, 이를 바탕으로하여 외적으로는 유대교에 대항하여 투쟁하며 내적으로는 도덕률 폐기론자들의 주의 및 주장에 대항하여 투쟁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제까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른 복음서보다도 마태복음에서는 제자도의 필수 요건으로서 배움이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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