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공관복음의 제자도

3. 마태복음 제자도의 특징

호리홀리 2015. 2. 26. 13:19

3. 마태복음 제자도의 특징
마가복음의 제자도의 특징은 영웅적 도덕을 강조하는 위기(危機)의 제자도(discipleship of crisis; heroic discipliship)이다. 즉 핍박에 노출된 상황 아래에서 죽기까지 십자가를 지신 스승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십자가를 질 각오로 주님의 뒤를 좇아가는 모습이 바림직한 제자상으로 소개되고 있다. 한편, 누가복음에서는 종말(終末)이 연기된 상황 아래에서 일상의 삶이 중요하게 부각됨으로하여 그리스도인의 윤리가 제자도의 특징으로 소개되고 있다(ethical discipleship). 이러한 누가복음의 사회적 상황은 가난한 자들과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우라는 구제에 대한 누가의 남다른 강조와 연결되면서 윤리적 제자도의 특징을 더욱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제자도의 특징으로 마태복음에서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배움]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우리는 먼저 마태의 어휘 사용을 지적할 수 있겠다. 마태복음에서 우리는 '배우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자주 접하게 된다(마9.13; 11.29; 24.32). 물론 이 단어는 마가복음에서도 오직 한 번 사용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단어를 마태의 어휘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배운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제자삼으라'를 오직 마태만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13.52; 27.57; 28.19). 다시 말하면, 마태복음에서 제자들은 스승이신 주님으로부터 거듭하여 배우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배우라는 명령만으로 끝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배우라는 명령에 부응하여, 마태복음에서는 주님이 가르치신 결과로 제자들이 '깨달았다'는 반응이 또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마13.51; 16.12; 17.13)

그런데 제자들이 주님의 교훈을 듣고 깨달았다는 이 대목은 다른 복음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은, 그야말로 마태만의 독점적 표현이다. 사실 제자들이 예수님 교훈을 깨달았다는 이 부분에서 마태복음의 제자들은 마가복음의 부정적 이미지(몰이해)를 탈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마태복음에서 제자들은 주님의 교육을 받으면서 종종 이해에 실패하기도 하지만(15.16; 16.9), 마침내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와 관련하여 놓쳐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대목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마태복음 10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파송 장면이다. 마가복음에 의하면, 제자들은 3장에서 선택되어 주님의 사역에 동참하다가 6장에서 파송되어 나갔다가 전도 사역을 마친 후 다시 돌아와 사역보고를 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누가복음에서도 제자들은 6장에서 선택되어 주님의 사역에 동참하다가 9장에서 파송되어 나갔다가 전도 사역을 마친 후 다시 돌아와 사역보고를 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마태복음에서 제자들은 10장 1-4절에서 선택되어, 바로 이어서 5절부터 파송을 위한 설교를 듣게 된다. 거의 한 장에 걸친 이 유명한 선교 파송 설교는 마가복음 13장에 나오는 종말론적 설교의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마10.17-23; 막13.9-13). 결과적으로, 이 파송설교는 역사적 사실을 포함하기는 하되, 이미 마태 당대의 유랑 설교가들을 또한 염두에 둔 채 기록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1장 1절에 의하면 제자들의 전도 파송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명하시기를 마치시고 이에 저희 여러 동네에서 가르치시며 전도하시려고 거기를 떠나가시니라". 이것은 마가, 누가복음과는 완전히 다른 마태의 해석이다. 어찌하여 마태는 제자 파송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마28.19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즉 마태복음의 제자들은 28.19-20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파송 명령을 받을 때까지는 아직 파송되어서는 안 될, 그 때까지는 계속 배움으로 준비를 갖추어야 할 사람들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마태의 제자도의 특징이 나타난다; 제자란 파송받기 전까지 부단히 배워서 제대로 준비를 갖추어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배움으로 준비하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주제를 넘어선 교만한 자들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주님의 사역에 적합치 못하므로 쓰임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마태의 교육적 제자도의 이런 특징을 돋보이게 하는 또다른 특징을 우리는 마태복음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사역이 지리적으로 많이 제한되어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다. 길의 복음서라고 불리우는 마가복음과 비교해 볼 때, 마태복음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이곳 저곳을 순회하며 여행다니기 보다는 한 지역에 정착하여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런 특징의 중거 가운데 몇몇을 살펴보면, 마4.25에서 예수님은, 막7.31과는 달리, 데가볼리 지역을 통과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고, 데가볼리 지경으로부터 나아온 허다한 무리들을 만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예수님과 제자들 일행이 시돈과 두로 쪽으로 올라가셨을 때, 단순히 그 경계를 통과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 이유는 가나안 여자가 "그 지경에서 나왔다"고 마태가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마15.22). 또한 마태복음에는 가버나움을 중심으로하여 많은 사건들이 전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까닭에(4.13; 8.5; 11.23; 17.24) 일부 학자들은 마4.13과 9.1을 근거로하여 예수님이 이 가버나움에 자신의 집을 가졌던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킹스베리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사역의 이런 특징을 고려하여 마태는 "인자가 머리둘 곳이 없도다"는 말씀의 의미를 상당히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마태복음의 제자들은 순회하는 전도자의 모습보다는 예수님과 함께 머물면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교육받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같이 가르침과 교육이 마태복음의 제자 사역의 주요한 내용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대로,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은 산상설교를 비롯하여 다섯 편의 설교를 베푸시면서 무지한 제자들을 이해에 이르도록 만드시는 권위있고 효과적인 교사로서 묘사되고 있다. 마태복음에서 제자들은 바로 이런 예수님으로부터 교육받아 그들 엮시 권위있는 교사가 되도록 부름받고 있는 것이다(28.19-20). 이런 맥락에서 루츠는, 마태복음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생전에 가르치신 모든 것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들, 즉 ear-witness라고 명명하였는데, 이것은 배움을 강조하는 마태의 제자도의 특징을 요약적으로 기술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제자의 가르침의 사역은 예수님의 가르침 사역을 계승하며 영속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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